경제·금융

「다르다」는 사고/장영길 국회예결위원장(로터리)

흔히 우리 민족성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할 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예로 든다. 그런데 이 속담이 과연 우리나라 전래의 속담인지는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 전래의 속담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첫째, 우리 전통사회는 대가족 중심의 사회로 대략 팔촌 범위내에는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 왔는데 어떻게 사촌 사이에 내논 네논 식의 재산분가 개념이 있었겠느냐는 점이다. 두번째는 우리나라에 토지공부가 마련된 것이 필자가 알기로는 일제 강점기 하의 1915∼16년께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속담은 적어도 일제시대 이후에 생긴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의 추론으로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일제가 우리 민족을 비하하기 위해 또 대가족이라는 폭넓은 관계를 단절시킬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든 말이 아닐까하고 의심해 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속담이 우리의 전래의 것이든 아니든 현대의 우리사회를 살다보면 이런 류의 편가르기식 사고가 너무나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마치 나와 의견이 다르거나 소속 집단이 다르면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양 무차별적 공격을 일삼아 상대를 쓰러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사실 반대라는 것은 인간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발전시켜가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것에 대해 반대하고 또 어떤 문제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본질을 발전적으로 확대 재생산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문제는 「반대」라는 것의 개념속에는 그 효과가 전혀 상반되는 두가지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제로섬(Zero Sum)게임처럼 어느 한쪽이 무너지지 않으면 상황이 끝나지 않는 파괴적 개념이 있고 또 하나는 젓가락의 짝처럼 다른 하나가 있어야 제역할을 하는 생산적 반대개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신의 또는 상대방의 주장이 「서로 다른 주장」이라는 점을 먼저 인정하는데서부터 모든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단지 나와 또는 상대방과 「다르다」는 점에서 모든 사고를 출발할 때 우리 사회는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며 나아가 흔히 우리 속담처럼 인식되는 「사촌이 땅을 사면 …」식의 파괴적 사고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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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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