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정부혁신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 가운데 비교적 국민적 호응도가 높은 분야는 과학기술진흥 정책이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했고 이공계 우대정책의 하나로 공직사회에 이공계 채용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국가의 생존과 흥망이 과학기술의 개발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의 이 같은 정책방향은 잘 설정된 것이다.
정부는 과학기술 부총리제를 도입하면서 과학기술부의 기능을 종합조정에 두고 그동안 과기부가 집행해온 사업 가운데 탁월성 위주의 과학기술인력육성사업 등을 제외한 일반적인 사업은 집행기관인 교육인적자원부와 산업자원부에 이관하기로 했다.
과기부의 주된 기능을 종합조정으로 설정한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조정과 집행을 동시에 수행한다면 행정의 독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과학기술정책 개편의 필요성이 왜 제기됐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과학기술의 연구와 개발을 효율화해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것은 부처 기능설정 이전의 문제인 것이다. 행정의 독주가 문제된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강구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점에서 살펴보건대 현재 추진 중인 부처별 과학기술진흥사업의 배분 상황은 효율성보다는 행정편의 위주의 부처간 나눠먹기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초연구를 순수기초와 목적기초로 나눠 순수기초 연구는 교육부에, 목적기초 연구사업은 과기부에 맡긴다는 것이나 우주항공 분야 연구도 우주와 항공으로 나누고 원자력 연구개발도 단기상업화 과제와 중장기 사업과제로 나눠 산자부와 과기부에 맡긴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기초연구를 ‘순수’와 ‘목적’으로 나눈 것이나 우주와 항공을 분리한 것,원자력 연구를 기간별로 나눈 것 등은 분리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분리의 원칙조차 애매하기 짝이 없다. 세부과제별로 보면 중복과제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관장부처만 바뀐 경우도 허다하고 대학 관련 사업 등 교육부가 맡아야 타당할 것 같은 사업들이 산자부로 이관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이 대개 기초-응용-개발의 단계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연구의 상호연관성이 커져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현실이다. 과학기술진흥사업의 부별 분담이 그 같은 국제적 추세를 충분히 감안한 결정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런 식의 사업 분장이라면 차라리 어느 한 부처나 독립기관에서 통합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과학기술계의 주장을 겸허하게 경청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