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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산업 표준이 없다] <상> 기준없는 '그린기술'
입력2009.07.07 16:48:14
수정
2009.07.07 16:48:14
자금 신청하면 "법조항 없다" 번번이 퇴짜<br>신생기업 기술력 평가할 인증시스템 확립 안돼<br>은행도 '가능성' 보다 재무제표 위주로 대출심사<br>자금줄 막힌 업체들 사업포기·해외로 발길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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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산업 표준이 없다] 기준없는 '그린기술'
자금 신청하면 "법조항 없다" 번번이 퇴짜신생기업 기술력 평가할 인증시스템 확립 안돼은행도 '가능성' 보다 재무제표 위주로 대출심사자금줄 막힌 업체들 사업포기·해외로 발길 돌려
서동철기자 sdchaos@sed.co.kr
김흥록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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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으로 공중풍력 발전시스템을 개발한 진원인더스트리의 김대봉 사장은 지난해 말 시제품 제작에 들어갈 수억원의 자금을 구하기 위해 관련기관을 찾았다가 퇴짜를 맞고 말았다.
이 회사는 몇몇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식경제부의 연구개발과제를 신청했지만 케이블을 공중에서 지상으로 연결하기 위한 법률조항이 없는데다 성공사례도 없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김 사장은 "캐나다 정부의 경우 공중풍력기술이 개발되자 발 빠르게 관련법을 정비했다"며 "정부가 풍력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한단계 진보한 특허기술을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잇따른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선현장에서는 관련규정이나 제도가 현실을 미처 뒤따르지 못해 정상적인 투자나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특히 녹색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만한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녹색금융 지원사업도 단적인 예다. 올해 초 LED사업에 뛰어든 한 조명업체 사장은 7일 녹색성장 관련상품 대출을 받기 위해 한 은행 창구를 방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답변만 듣고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은행에서는 제품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평가하기보다는 재무제표와 매출 위주로 심사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녹색시장이 초기인 만큼 새롭게 뛰어든 기업들이 많은데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대출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라고 하소연했다.
이를 반영하듯 시중 은행들이 우대금리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선보인 '녹색성장' 대출 상품의 실적은 8,000억원에 불과해 관련 분야 예금실적인 3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은 녹색금융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 녹색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녹색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벤처기업 성격이 강한 녹색시장 기업대출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녹색산업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은 초기 산업형성에 필수적인 자금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LED 관련 업체인 B사의 경우 국내 자금조달이 벽에 부딪히자 할 수 없이 해외투자 유치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LED시장 상황에 맞춰 선제적인 설비투자를 진행하려 했지만 국내에서 자금을 전혀 조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박모 사장은 "LED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정부지원이나 출자를 받지는 못했다"며 "정부가 국내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한다는 등 말은 무성하지만 결국 사업자금은 해외에서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녹색기술ㆍ녹색기업을 판정해주는 '녹색인증제'와 '녹색기업 확인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9월까지는 녹색기술품목을 정해서 업체들이 자금 지원을 받는 데 수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녹색법에 따른 녹색제품적합인증의 경우에는 국회에 계류 중인 녹색법이 통과돼야 구체적인 시행령을 만들 수 있지만 녹색법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인증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환경공해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이라는 포괄적 정의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포함시킬지 품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증제가 확립되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
여기에 각 부처별로 녹색 관련 유사인증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 인증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결론도 나지 않아 업계에서는 법이 통과돼도 인증이 생길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스마트그리드와 스마트 계량기의 경우 현재 20여곳의 업체들이 저마다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술표준안이 마련되지 않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스마트그리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I사의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위에서 연말에야 관련제도 및 금융 등에 관한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개별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기술개발에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일단은 미국이나 유럽 등의 사례를 단지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급한 기술표준화 전략 확보는 갈수록 거세지는 외국의 특허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기술표준에 따른 특허 자체가 새로운 진입장벽이자 무역규제로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술표준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마트그리드처럼 일부의 경우 아직까지 제품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어 기술표준 마련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녹색투자 촉진책 등에 발맞춰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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