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년 자동차시장 종합 분석·전망

◎내수추락… 구조조정… “앞이 안보인다”/수출확대 총력전­“IMF돌파 유일한 생존대책”/3사마다 10%성장 계획 비상/삼성·기아 어디로­인수합병이냐 제휴냐 갈림길/업계도 “과감한 결단을” 촉구/현대·대우의 선택­생산성 향상·해외개척 승부속/삼성·기아 결합방향 촉각 예상국내 자동차업계가 유례없는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예년 같으면 두달전에 끝냈을 새해 경영계획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 유가인상에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업계의 숨통을 죄고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내수의 경우 1백만대를 밑돌면서 91년 수준으로 뒷걸음질 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수출전망이 마냥 밝은 것도 아니다. 이같은 전망은 곧 내년 국내 자동차시장이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라는 뜻이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크면서도 중요한 변화는 구조조정 바람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어느정도 자생기반을 갖춘 현대와 대우자동차의 내실화와 함께 기아·삼성의 향방이다. 내년 시장전망, 환경변화를 비롯 업계의 최대이슈로 등장한 기아·삼성의 선택, 현대·대우의 내실경영 등을 통해 내년도 자동차시장을 종합 전망해본다.<편집자주> ▷98년 구조조정 불가피◁ 업계가 보는 98년 시장은 유례없는 침체 그 자체다. 업계에서는 『최소 10%에서 최악의 경우 1백만대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내수시장 전망은 1백52만대. 이는 지난해(1백64만4천대)보다 7% 정도 감소한 것이다. 내년 시장에 대해서는 기아경제연구소의 경우 7% 정도 줄어든 1백41만8천대, 삼성은 11% 감소한 1백35만대로 보고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이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현대와 기아관계자들은 『IMF체제 이후 70% 감소한 멕시코의 사례에 유가인상, 수요억제책 등을 감안할 때 20% 감소는 불가피하며, 최악의 경우 1백만대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감소를 기초로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현대는 올해 수준 유지에서 30% 감소, 기아는 10% 감소에서 40% 감소를 놓고 3단계 시나리오를 마련,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자체 시장전망예측 프로그램의 3대 요소인 경제성장률, 유가, 자동차가격 등을 입력한 결과 최악의 경우 1백만대를 넘지못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침체를 전망했다. 따라서 업계의 거의 유일한 돌파구는 수출확대다. 업계는 『수출이 살길이다』며 인력, 비용 등을 수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출전망도 그리 밝은 편은 못된다는게 한결같은 전망이다. 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KD(현지조립 수출분)를 포함해도 지난해 1백41만2천대에서 올해 1백50만대에 달하고, 내년에는 1백61만대로 10%선의 성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내년에는 수출이 내수를 앞지르는 원년을 기록하게 된다. 전체 판매는 올해 3백만대 수준에서 내년에는 이를 밑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업체들의 선택은 분명해 진다. 성장이 아니라 살아남는 길을 찾아야 한다. IMF체제가 만들어낸 생존게임에 온몸으로 맞서야 한다. 생존측면에서 볼 때 현대와 대우는 객관적으로 분명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는게 바로 기아와 삼성의 운명이다. 현 상태에서 두 회사의 운명은 현대와 대우에 비해서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삼성과 기아는 어디로◁ ◇삼성과 기아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IMF구제금융으로 기존 한국적 기업마인드는 무너져버렸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충격을 최소화하느냐가 최대과제로 떠올랐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기아와 삼성은 구조조정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IMF체제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쌍용이 퇴출했지만 아직도 현대와 대우, 기아, 삼성 등 4개그룹이 각축해야 하는데 이 역시 많다. 어떤 형태로든 줄여야하는 상황』(이유일 현대자동차 기획본부장)이라는 것. 사실 기아와 삼성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재기를 모색하던 기아는 금융권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부품업체의 납품거부로 라인이 자주 중단되는 파행상태다. IMF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자생의 걸림돌이다. 파행이 지속되면서 임직원들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삼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의 공식입장은 「마이웨이」다. 3조원 가까이를 투자해 부산에 25만대 생산설비를 갖추었는데 최소한의 자생기반인 50만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계획중인 1조7천억원의 추가투자는 98년 11월 부터 3∼4년에 걸쳐 분산하면된다며 계속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IMF체제 이후 추가투자는 자살행위에 가깝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산공장의 약한 지반도 추가투자를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삼성은 자동차사업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기아인수라는 카드 밖에 없다. 어떤 것이든 삼성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과 기아내에서도 이같은 내외부의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안보이는 상황에서 현 상태로 굴러갈지 미지수다.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제휴대상에서는 삼성도 배제할 필요가 없다.』(기아) 『기아와 제휴를 추진해야 되겠지만 정부나 채권단, 삼성이 직접나서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중재자는 언론밖에 없지 않은가.』(삼성) ◇삼성과 기아의 「생존시나리오」 최근 해외 주요언론에는 기아와 삼성의 생존방안을 놓고 여러가지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IMF체제와 대우의 쌍용인수 이후 부쩍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기아와 삼성의 구조조정 문제는 더이상 금기가 아니다. 기아와 삼성이 처한 객관적 현실을 비롯 『국내에서는 3개업체 밖에 살아남을 수 없다』(정몽규현대자동차회장, 김태구대우자동차회장, 진임기아그룹회장,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신문등)는 전망, 국내외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가지 전망을 종합해서 회사의 생존시나리오를 그려본다. ▲현대·대우·기아의 삼성인수=국내는 물론 외신에는 현대의 삼성인수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존업체들은 『삼성의 퇴출을 유도한다는 것 외에는 얻을게 없다』며 이 가능성을 배제한다. 삼성을 인수해서 얻을게 없다는 것이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인수여력이 있다면 삼성보다 한나의 만도기계가 더 현실적이며, 이익이 크다』고 말한다. 대우는 쌍용인수로, 기아는 법정관리 상태여서 현실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의 기아인수=경영전반의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분명 긍정적 측면은 있다. △IMF체제의 적자생존 논리(민간자율,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 △두 회사를 하나로 통합,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과잉 해소 △삼성의 자금과 마케팅, 기아의 기술과 이미지로 시너지효과 기대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 역시 크다. △이제 막 생산에 나선 회사가 연산 1백만대 규모의 업체인수가 갖는 비논리성 △이념수준의 문화적 이질성과 갈등관계 △국민기업 퇴출 및 재벌체제 강화에 대한 기아 임직원과 국민적 저항등이 꼽히고 있다. 이 시나리오의 실현여부는 기아와 삼성의 이질성해소 및 갈등줄이기, 기아의 정상화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현대의 기아인수=이 역시 업계에 널리 퍼져있는 전망이다. 현대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기획분야의 한 고위임원은 『정부가 공기업화한 뒤 제3자매각을 추진한다면 인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대해 『비현실적이다』고 말한다. 우선 현대는 현 상태로 공급과잉 상태이며, 그 대책으로 전에 볼 수 없는 고강도의 자구노력을 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아인수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약하고, 기아의 생산성이 크게 높은 것도 아니며, 인수할 경우 선진국의 견제는 더욱 강화되면서 수출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조건이 선행되지 않는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전략적제휴=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인식되고 있다. 가능성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기아와 삼성의 제휴다. 기아와 삼성은 『서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는 해법』이라고 말한다. 삼성은 자본과 마케팅, 기아는 기술과 인력을 투입해서 전략적제휴를 모색할 경우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서로 살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과 기아의 뿌리깊은 갈등과 함께 삼성이 3조원 가까이 투자해 조성한 부산공장, 인력문제가 처리되지 않는다는게 현실적인 문제점이다. 두번째는 LG와 기아의 제휴다. 이 역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아와 LG는 긴밀한 유대(해외판매, 국내금융등)를 형성하고 있고, LG는 실제로 판매분야에 투자를 통해 기아와의 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LG가 좀더 나아가 기아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LG는 상당액의 달러를 확보, 먹이감을 물색중이라는 것. 채권단이 부채에 대한 유예등 지원책이 있으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업체들의 투자=주로 외국언론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시나리오다. 미국의 포드는 기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일본 닛산은 삼성을 인수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내투자에는 미국의 GM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이다. 2000년대 최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시장의 공략을 위한 전략거점으로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워낙 유동적이어서 매력을 잃고 있다는 것. GM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11월말 국내업체들을 돌면서 제휴가능성을 타진했다. 외국업체들이 기아와 삼성에 투자를 통해 경영권 인수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위기를 맞은 국내시장 여건이다. 투자의 가장 큰 이유가 약해진 것. 또 투자를 통해 생존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것도 현실적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와 대우의 선택◁ 현대와 대우가 생존문제에서 객관적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두업체의 생존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두 회사는 삼성과 기아가 손을 잡거나 합병할 경우 그동안 쌓아놓은 역량이 크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삼성이 기아를 인수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현대를 제치고 1위업체로 올라설 것이라는 연구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현대와 대우는 스스로도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에따라 현대와 대우는 삼성과 기아가 결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는다는 방침아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두 회사는 그동안 추진해온 내부의 구조조정을 서두를 태세다. 최근 30%의 임원을 감축하면서 조직 슬림화에 착수한 현대는 현대자동차서비스와 이원화된 판매망을 통합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태세다. 또 비대해진 조직과 인원에 대해 메스를 가해 생산성향상을 적극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쌍용을 인수, 풀라인업을 갖춘 대우는 수출로 활로를 찾겠다는 포석이다. 대우는 쌍용인수로 지프형차와 소형승합차, 대형승용차 등이 보강돼 해외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박원배·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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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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