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총재님의 의지?

“총재님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이번에 제대로 추진해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산업은행이 해외 자원개발과 북한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잇따라 발표했을 때 담당 실무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김창록 총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들인 만큼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요지였다. 개발금융의 소임이 끝나버린 산은의 기능 재정립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상황에서 김 총재는 지난 5월 말 베이징에서 산은의 진로에 대한 밑그림(베이징 구상)을 발표했다. 해외거점 점포를 육성, 국제투자은행으로 변신하고 해외자원 개발지원 사업에도 앞장서겠다는 것. 남북 경협에도 관심을 기울여 개성공단 진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김 총재의 의욕적인 행보는 출발부터 마찰을 빚고 있다.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은 “산업은행이 ‘올 코트 프레싱’으로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의 30년 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산은의 신시장 개척 노력이 오히려 산은의 역할을 모호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은은 90년대 말부터 인수합병(M&A)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벤처 투자, 기업구조조정과 컨설팅 등 투자은행 업무를 활성화했다.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에 역점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줄줄이 발표되는 사업구상은 어떤 변신을 꾀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산은의 구상이 ‘국책은행 기능 통합’ 여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하고 있다. “우리는 수출입은행과의 통합을 생각해본적도 없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산은 임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사의 데이비드 마샬 이사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산업은행이 국내시장에서 채권 인수업무를 함으로써 은행권의 위험과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정부의 시장간섭을 가급적 줄일 것을 권고했다. 산은은 정부가 주인인 은행이다. 산은이 시중은행 또는 다른 국책은행의 영역을 넘보며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기에 연연할 게 아니라 그동안 해오던 영역을 민간에 넘기는 게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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