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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차기 잠수함으로 일본제 소류급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미국과 호주·일본의 외신들은 호주가 200억달러를 투입해 10척의 완제품을 수입한다는 보도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호주는 왜 일본제 잠수함을 사려고 할까. 데이비드 존스턴 호주 국방장관의 배경 설명은 간결하다. "우리는 반드시 최고의 잠수함을 가져야 한다. 또 다른 잠수함 악몽을 원하지 않는다. 과거 레오파트Ⅰ 전차가 최고여서 구매했듯이 호주는 최고 무기를 선택할 것이다." 과연 소류급 잠수함이 최고일까. 또 악몽이란 무엇인가.
호주의 '잠수함 악몽'부터 살펴보자. 호주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잠수함은 콜린스급 6척. 수중배수량이 3,400톤에 달하는 대형 디젤 잠수함인 콜린스급 때문에 호주는 골머리를 썩었다.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체계(AIP)를 실용화한 스웨덴 코쿰사 고틀란드급의 확대발전형인 콜린스급을 지난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자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했으나 엔진 불량에서 소음·누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하자에 시달렸다. 미국의 도움을 받고 10억달러 이상의 보수비용을 들여서야 최근 겨우 안정 단계에 들어갈 만큼 골치였다.
잠수함 악몽을 지닌 호주로서는 선진기술국인 일본제 최신 잠수함인 소류급에 눈독을 들일 만도 했다. 스펙상으로도 소류급은 최고로 꼽힌다. 크기도 4,000톤으로 디젤 잠수함으로서는 세계 최대인데다 필요할 경우 디젤 엔진을 떼어내고 원자로를 심을 수도 있다. 작전반경이 1만㎞를 넘고 X형 잠항타 등 최신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잠수함이다. 승조원 수가 65명으로 다른 서방 국가에 비해 많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힐 정도이나 자동화하면 풀 수 있는 문제다.
그래도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첫째, 웬만한 무기면 돈을 더 들여서라도 자국 내 면허생산 또는 개조생산을 고집하던 호주가 일제 완성품을 수입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두번째는 호주 해군의 경계 대상이 바뀌었느냐는 것이다. 호주 잠수함대는 지금까지 세 나라를 가상 적국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2억2,200만명의 인접국 인도네시아, 팽창하는 중국, 태평양전쟁에서 맞싸웠던 일본이 1·2·3순위 경계 대상이었다. 3순위라지만 가상의 적으로 여겼던 일본의 잠수함을 완제품으로 구매하려는 결정에는 미국의 입김이 서린 것 같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호주가 국내에서 소류급 이상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지금 수준에서 핵심인력을 5배 이상 양성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올려 일본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미국-호주-일본으로 이어지는 삼각동맹 속에서 일제 잠수함이 남태평양을 누빌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