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가 대응위해↑ 경기 생각하면↓ 韓銀 딜레마

콜금리 12개월째 동결…세계 인상기조와 따로 놀아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치솟는 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침체된 경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오히려 일각에서는 금리 추가인하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는 8일 콜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3.75%인 콜금리는 12개월째 이어지게 됐다. 한은의 또 다른 걱정은 전세계 주요국의 금리정책 기조와 다르게 ‘나 홀로 따로 간다’는 점. 미국이 연방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금리인상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마당에 한은만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당초 생각했던 금리인상 시기는 3ㆍ4분기께.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연초에 다소 나아지는 듯했던 경기가 탄력을 이어가지 못하자 금리인상론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거시동향팀장은 “성장률이 7% 수준에 육박해야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침체경기에 자극을 주기 위해 금리를 더 내리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내릴 경우 갖은 대책 끝에 겨우 살얼음 위는 걷는 듯한 불안정 속에서 안정을 이룬 부동산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진 셈이다. 다만 한 가지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질 경우 금리를 인상하는 카드 외에 정책 대응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7ㆍ8월 물가수준에 따라 전격인상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우려한 대로 소비자물가가 4%선에 달하고 그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인플레이션 방지 차원에서 금리가 내려가거나 대규모 환율시장 개입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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