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막을 내렸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공판장에서 경매된 절화류는 모두 1,807만여속(束). 이 중 12%에 해당하는 227만여속이 지난 5월에 거래됐다. 월별 물량으로는 연중 가장 높은 수치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품목은 카네이션. 카네이션은 연간 거래액의 36% 이상이 5월 한달에 집중된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하면 카네이션'이라는 불문율 때문이다.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바치는 전통은 미국의 안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어머니의 기일에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던 카네이션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자"는 운동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스승의 날 역시 이러한 의미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네이션의 꽃말이 사랑ㆍ존경ㆍ자비인 것을 고려해볼 때 카네이션은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에 매우 잘 어울리는 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매년 5월이면 수요가 폭등하다 보니 이 시기에 카네이션 몸값이 다소 오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올해는 이상 기후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가격이 더욱 상승했다. 꽃이 제때 피지 않아 출하량을 적절히 맞출 수 없는 화훼업계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꽃 선물을 아예 포기하지 않고 카네이션을 대체할 만한 다른 꽃들을 찾았다는 소식은 우리 화훼 소비기반이 그만큼 풍부해진 것 같아 한편 다행이라 여겨진다.
5월과 함께 꽃 소비가 집중되는 달은 졸업 시즌인 2월이다. 이렇듯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버이날, 스승의 날, 졸업, 입학을 빼면 가족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정도에만 꽃을 주고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꽃을 선물받으면 열에 아홉명은 "오늘 무슨 날이야?"라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꼭 '무슨 날'에만 꽃을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특정 품목에 편중된 소비로 가격이 폭등하는 일은 조금 덜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일년 내내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지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이 한층 향기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