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화 쿼드러플 강세, 내수·수출 쌍끌이 경제 기회로

원·달러 환율이 9일 1,016원20전으로 떨어져 5년10개월 만에 1,020원선이 무너졌다. 엔·위안·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도 동반 하락했다. 추세적으로는 3월 말부터, 단기적으로는 지난주부터 동시다발적인 원화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다. 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수익성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원화의 쿼드러플(4중) 강세는 경상수지 흑자 행진과 일본·유럽 중앙은행의 통화·금융완화, 중국의 수출업체 지원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원인이 있다. 내생적·외생적 요인이 맞물려 있는 만큼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 내수부진까지 겹쳐 기업들은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일본 금융그룹 노무라는 최근 100엔당 1,000원선이 무너진 원·엔 환율이 8%가량 하락해 내년 말까지 900원선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위안거리라고는 미국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일자리가 4개월 연속 20만개 이상 늘고 실업률도 6.3%로 낮은 수준을 보여 달러약세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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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원화강세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해 시장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해외 투자자금 유입은 향후 자본·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요인인 점을 감안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항시적 원가절감, 환변동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등 원고(高) 시대의 생존법을 터득해야 한다.

원화강세에는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달러 등으로 환산한 가계소득과 자산가치가 늘어나면서 구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과 연기금은 해외 기업·자산에 대한 인수합병(M&A)·투자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원화강세라는 위기를 수출의존도를 낮춰 내수와 수출이 함께 성장하는 '쌍끌이 경제'로 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공조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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