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딜레마에 빠진 내수활성화, 해법은?] <상> 고민에 빠진 경제부처

"돈풀기 없다" 단언에도 정치권 떼쓰기… 부양책 묘안 쉽잖아<br>임금올려 소비시장 활성화땐 내수 살겠지만 물가상승 압박<br>인위적 부양은 경제구조 왜곡… 서민고통 등 후유증 만만찮아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의 하반기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 마련 지시 이후 경제부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3년4개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수진작책 마련에 나섰는데도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금 와서 신통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료는 "현 시점에서 내수활성화 대책이 뭐가 있을지 솔직히 감이 안 잡힌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부의 고민은 시장이 기대하는 '통 큰 정책'이나 '한방'을 터뜨릴 만한 대책을 내놓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11월 발표했던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과 같은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으면 좋겠지만 겨우 위기에서 한숨 돌린 재정을 또다시 위기로 빠뜨릴 수 없는 만큼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의 떼쓰기 민생정책 요구가 거세지며 경기부양책에 대한 유혹도 느낀다"며 "금융위기 이후 재정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은 웬만한 것은 다 들여다봤고 지금도 당장 약효가 나타나는 정책이 뭔지는 감은 잡히지만 돈을 풀어 진행하는 경기부양은 사자 우리에 고기를 던져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내수활성화에 재정을 투입한 경기부양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 내수부진의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장시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처방을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구상대로 내수활성화 방안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총선 등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 속에서 고기를 기다리는 사자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내수부진 원인부터 제대로 진단해야=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분명 소득격차가 확대됐다. 한국은행의 2010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국민총생산(GDP)은 6.2% 성장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59달러로 늘어났지만 국민소득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7% 하락해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59.2%를 기록했다. 하락폭은 1974년 이후 36년 만에 가장 컸다. 또 명목성장률과 임금상승률을 비교하면 금융위기 이후 두 수치의 갭이 벌어지기 시작해 지난해 4ㆍ4분기에는 역으로 성장률은 올라갔지만 상용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덕분에 성장률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소비를 통해 내수시장을 뒷받침해줄 노동소득은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금을 올려줘 민간소비 재원을 확보해주는 것이 내수활성화의 답일까. 정부의 내수활성화는 이 부분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일시적 공급충격이 아닌 총수요 압박으로 확대된 물가상승이 자칫 임금상승과 맞물릴 경우 물가와 임금 상승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동소득분배율의 속내를 살펴야 한다"며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것은 상용직 임금금로자의 임금하락보다는 자영업자의 구조조정 등에 따른 원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올 1ㆍ4분기 전체 생산에서 수출제조업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음식료 등 내수제조업과 주거용 건설업, 음식ㆍ숙박업 등은 저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분배의 함정을 경계해야=정부는 정권 말기 내수활성화 정책이 자칫 퍼주기식 부양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약효가 나타난다고 해서 인위적 경기부양을 사용할 경우 물가를 끌어올리고 경제구조를 왜곡시켜 결국 또다시 서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긴 안목과 절제된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투자를 이끌고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시장의 활력을 불러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물가안정과 일자리라는 말인 셈이다. 정부도 분명 교과서적인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을 경계한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한 대로 장기적 관점의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며 벌써부터 민심수습용 정책이 쏟아질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의 세번째 경제수장인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내수활성화의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퓰리즘을 막는 전사가 되겠다고 하는 한편 성장의 과실을 나눠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괴리를 좁히겠다는 말은 자칫 오른손과 왼손이 제각각 정책을 집행하며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물론 정치권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정책의 중심을 잡는다면 포퓰리즘은 막고 분배를 통한 소득격차 해소도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리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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