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 <2부-3> 중국

유학 장려하되 연어처럼 돌아오게 하라



“중국은 유학을 장려하고 유학생들의 귀국을 적극 독려할 것입니다. 특히 해외 화교들과 유학생들이 귀국해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후원하겠습니다.”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이 지난 6월28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밝힌 인재정책의 골간 가운데 하나다. 중국 교육 당국이 최근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해외유학 중인 우수 인력의 중국 회귀. 대표적인 것이 ‘연어 프로젝트’다. 올해 초 발표된 이 프로젝트는 향후 4년 안에 유학인재 20만명을 귀국시켜 그들의 창업과 연구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것. ◇해마다 2만명 이상 해외유학=3월3~20일 미국ㆍ캐나다ㆍ호주ㆍ일본 등의 300여개 대학 및 교육기관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베이징ㆍ충칭(重慶)ㆍ상하이ㆍ우한(武漢)ㆍ난징(南京)ㆍ광저우(廣州) 등을 돌았다. 해외유학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각국 대학과 교육기관이 아예 순회 형태의 ‘교육박람회’를 가진 것. 조금 과장하자면 순회지마다 중국 대학생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들었다. 중국의 해외유학 열기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탕 국무위원은 전인대 보고에서 “2006년 말 현재 중국의 해외유학생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중국으로 회귀한 유학인재는 25만명”이라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해외유학 인재들의 숫자.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유학생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 교육계의 통계에 따르면 2001~2005년 해외유학생 누적숫자는 59만8,500명(자비유학 54만5,000명)이었다. 2003년에는 연간 기준 해외유학생 수가 2만100명에 달해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팡마오톈(方茂田) 중국유학생서비스센터 주임은 “최근 수년 동안 중국 정부 관계당국의 국비유학생 증파 방침에 따라 국비유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아울러 자비유학생 수도 대폭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개혁ㆍ개방 이래 100만명을 넘어선 해외유학생 가운데 70%는 2000년 이후 유학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인재들이 돌아온다’=해외유학생 가운데 중국으로 돌아오는 이가 ‘4명에 1명꼴’이라는 점은 중국 정부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해외유학파의 귀국을 독려하는 것을 인재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연어 프로젝트는 바로 해외인재들의 귀국을 위한 겨냥한 정책이다. 공식 명칭이 ‘유학인원 귀국공작 11ㆍ5계획’인 연어 프로젝트의 요체는 창업지원. 우수한 유학인재들의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그들의 특허권, 특허보유 기술, 과학연구 성과 등을 주식 출자로 전환해준다. 지적재산권 또는 지적능력을 창업자금으로 활용하게 하는 셈이다. 연어 프로젝트의 또 다른 요체는 기술인큐베이션센터 형태의 ‘유학인재 창업단지’ 확충이다. 유학파 창업기업들의 근거지를 보다 많이 마련해주겠다는 것. 중국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전국에 150개 창업단지를 조성해 1만개의 창업기업을 탄생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6년 말 현재 창업단지 110곳, 입주기업 6,000여개) 중국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학파 인재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마치 연어가 제 고향으로 돌아오듯이 수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본국을 찾는 거대한 회귀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 해외인재를 돌아오게 하기 위한 연어 프로젝트는 부처의 장벽을 넘어 진행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 “세계적으로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를 중국으로 데려와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인종이나 국적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대가가 얼마가 되든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국내 대학을 통한 세계 일류급 학과 육성과 종합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세계에서 100위 안에 드는 대학 및 연구기관의 교수ㆍ학자 등을 대상으로 대가급 및 중견급 인재 1,000여명을 스카우트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인재정책을 둘러싼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갈수록 빠르고 과감해지고 있다. 우수 학생 홍콩행 러시에 베이징대·칭화대 '속앓이'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입니다. 중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냄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본부장은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교육개혁정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부가 교육의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면서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대는 지난해 영국의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200대 대학평가 순위’에서 당당히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대학 가운데 순위가 가장 높은 서울대가 93위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한 차이가 난다. 특히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은 MBA스쿨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1위, 세계에서는 20위에 올라 있다. 중국 대학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중국 정부가 지난 90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211공정’과 ‘985공정’ ‘111공정’ 등 인재양성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211공정은 세계 일류대학 100개를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100개 대학을 선정해 1조3,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국가 예산과 별도로 지방정부와 대학 등도 자체적으로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실제 211공정에 들어간 돈은 이보다 훨씬 많다. 중국 정부는 211공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985공정이라는 대학 일류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211공정 대상 학교 가운데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30여곳을 선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런 국책사업에 투자되는 금액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한다. 가장 핵심적인 정책인 111공정은 중국 정부의 대학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이다. 111공정은 세계 100위권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우수한 인력 1,000명을 초빙, 높은 수준의 연구인력 풀을 형성한 뒤 이들을 통해 세계 일류 수준의 대학 100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학마다 최소 10명 이상의 해외인재를 두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생물학과 자동화학ㆍ환경과학ㆍ화학 등 이공계 학과에서 23개의 학교가 선발됐고 올해 46개, 내년 31개가 추가된다. 중국 정부는 교육혁신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오는 2015년께는 세계 일류대학이 탄생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학혁신 노력으로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55개국을 대상으로 분석 발표한 ‘2007 국가 경쟁력 조사’에서 중국은 15위로 우리나라(29위)나 일본(24위)을 앞섰다. 구 본부장은 “중국의 국가 경쟁력이 15위로 올라선 것은 경제 성장이나 정부의 효율성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대학 혁신을 통해 고급 인재들이 많이 양성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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