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모펀드 육성하려면

#1. 사모펀드 A는 최근 한 제조업체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렸지만 사업전망이 밝다고 보고 그 회사의 채권을 매입하려 했지만 투자를 포기하고 말았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국내 사모펀드는 직접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인수ㆍ합병(M&A) 수요 급증 등으로 사모펀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국내 사모펀드 시장 발달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많다. 국내 사모펀드가 이처럼 규제의 늪에서 헤매는 반면 해외펀드는 종횡무진이다. 사모펀드는 기관이나 개인 등 특정 소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을 매입한 후 가치를 높여 투자수익을 챙기는 펀드로 세계 자본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지 오래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사모펀드를 통해 지난 90년대 말 진로 부실채권에 투자했다가 하이트맥주에 되팔면서 1조원대의 이익을 남겼다. 해외 펀드는 이런 거래가 가능하지만 국내 사모펀드는 그렇지 못하다. 명백한 역차별인 셈이다. 국내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부실채권 시장은 사모펀드를 비롯한 전세계 투자회사가 눈독을 들이는 고수익 시장이다. 하지만 국내 사모펀드는 해외투자 규제로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2단계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하고 오는 2008년부터 역외 사모펀드(PEF)를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부실채권 매입 금지 등 각종 규제 때문에 론스타 등 해외펀드에 비해 역차별을 받아왔던 국내 사모펀드업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규제 철폐를 통해 사모펀드 시장을 육성한다는 추상적 밑그림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규제개혁 및 일정은 나와있지 않아 또 하나의 구두선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허브 로드맵이 화려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사모펀드 발전을 위해 내실 있는 후속 조치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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