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9일] <1417> SLBM

1959년 6월9일, 미국 코네티컷주 그로턴 조선소. 길이 116m짜리 검은색 잠수함 한 척이 드라이독을 빠져나왔다. 최초의 본격 전략핵잠수함 조지워싱턴호의 진수 순간이다. 1년1개월 뒤 조지워싱턴호는 30m 해저에서 핵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미국은 이로써 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 아니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라는 핵 공격수단을 얻었다.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아이디어의 원전은 독일. V1미사일을 잠수함에 실어 북미 연안으로 이동, 미국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으나 패전으로 무산됐다. 독일의 구상에 흥미를 가진 미국과 소련은 1954년과 1955년 각각 잠수함에서 핵미사일 발사에 성공했으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바다로 떠올라 연료 주입, 발사까지 소요되는 30분 동안 잠수함의 최대 장점인 은닉성을 보장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지워싱턴호는 이런 문제를 단번에 날려버렸다. 미국은 의기양양했으나 소련도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어내 결국 경쟁 속에 균형이 잡혔다. 냉전기에 미소 양국이 선제공격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어느 바다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SLBM의 존재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오늘날 SLBM의 절대강자는 미국. 사정거리 1만㎞가 넘는 SLBM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뿐이다. 자국 연안에서 어디든 겨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한기당 3,090만달러인 SLBM을 336기나 운영하고 있다. 미사일 하나에 자탄을 12개까지 탑재할 수 있어 미국 SLBM의 살상력만으로도 인류는 몇 번이고 멸망할 수 있다. 새로운 경쟁도 문제다. 러시아와 중국은 신형 핵잠과 미사일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요즘에는 인도까지 끼어들었다. SLBM이 지구촌 핵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