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침체로 얼어붙은 실물경기에 봄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업종별 온도차는 크게 나타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ㆍLCD와 TV, 자동차, 정유ㆍ석유화학의 경우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반면 철강과 조선ㆍ해운ㆍ항공업 경기는 여전히 바닥 상태가 지속되거나 바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도체ㆍLCDㆍ자동차ㆍ정유는 회복 조짐=반도체의 경우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주력인 16Gb 가격이 이달 상반기 3.5달러를 기록 중이다. 최저점인 지난해 12월 1.65달러의 2배로 4개월째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D램도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델ㆍHP 등 대형 PC업체들이 오는 3ㆍ4분기 재고 확충을 위해 2ㆍ4분기부터 D램 선구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대만 업체 재편 등으로 공급물량이 추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CD 역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시황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최대 70~80% 떨어졌던 라인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면서 수요 대응에 나섰다. 자동차 산업도 이달에 바닥을 찍고 돌아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음달 1일부터 실시될 정부가 신차 세제감면 혜택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내수 판매대수 164만대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2년 수준에는 못 미쳐 120만~130만대가량이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올해 1ㆍ4분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일단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호조를 보이면서 1ㆍ4분기 정유업계는 완연한 회복기미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국제 휘발유(옥탄가 95) 가격이 60달러 이상 올랐고 경유 역시 최근 60달러선까지 올라오는 등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2ㆍ4분기 전망도 밝다. ◇철강ㆍ조선ㆍ해운ㆍ항공 아직 바닥탈출 불투명=철강업체들은 잇달아 감산에 돌입했고 제품가격 인하로 수익성 역시 크게 악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까지 연간 조강생산량의 3%에 해당하는 110만톤가량을 감산했다. 현대제철ㆍ동국제강 등도 시황악화로 감산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수요도 급감해 철근ㆍ후ㆍ형강 등 모든 철강제품의 가격을 인하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경기부양책에 편승해 최근 증산에 나서면서 국제 철강제품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2ㆍ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수개월째 신규 수주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조선 경기도 여전히 바닥을 헤매는 중이다.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조차 신규 수주가 완전히 끊겼고 신규 수주가 안되다 보니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아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나마 일반 상선이 아닌 해양제품 분야에서 올 하반기 총 50조원이 넘는 물량이 발주될 예정이라는 점이 위안이 되고 있다. 해운업계는 실물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불황의 늪을 운항하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에 돌입하면서 절대적인 물동량은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선복량에 못 미치고 있어 바닥 탈출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연초부터 발틱운임지수(BDI)가 다소 상승하고 있어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철 STX팬오션 상무는 “미국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잇달아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글로벌 선사들이 수급조절을 위한 각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2ㆍ4분기 이후에는 제한적이지만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율 움직임에 민감한 항공업계의 경우 최근 환율이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계절적으로 비수기인데다 실물경기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실적개선이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상무)은 “미국의 금융 불안 현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국내 경기는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경기침체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