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디플레 우려가 주범… "日 독자대응으론 한계" 회의적

■ 日 엔高대책 약발 있을까<br>14조엔 투입 2004년 반짝 성과에 그쳐<br>끝내 방어 실패할 경우 기름 끼얹는격 될수도


일본 정부와 일본중앙은행(BOJ)의 엔고 방어를 위한 일괄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엔화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4년 3개월 동안 14조엔을 시장에 쏟아부어 엔고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일본 정부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른바 엔고 및 경기방어 일괄 패키지다. 일련의 개별적인 조치들로는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힘들 것이라는 정부의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재의 엔화 강세는 미국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반사작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어서 일본의 독자적인 행동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일본 재무성이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에게 엔고 저지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까지 무성하다. 일본의 단독 개입으로 엔고 방어가 실패할 경우 오히려 엔고 행진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될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우려를 반영한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은 엔고를 은근히 즐기고 있어 일본의 요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엔고 방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딜레마인 셈이다.

◇엔고-부양 패키지는 어떤 내용=현재까지 알려진 경기부양대책은 두 가지 정도. BOJ가 양적 완화를 기존의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확대하고 대출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는 것이다. 경기부양 효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엔화 유동성 공급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사이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별개로 일본 정부는 재정에서 1조7,000억달러의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엔고 방어를 위한 재무성의 환율시장 직접 개입.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방안이다. 아직까지는 환율시장 투입규모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소 10조엔 이상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2004년 6월 달러당 109엔 수준에서 3개월 동안 14조8,000억달러를 쏟아부은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단독 개입은 반짝 효과로만 그친 채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그해 말 엔화가치는 달러당 102엔 수준으로 되레 강세를 나타냈다. 당시 개입 직후 한때 114엔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약발이 떨어지면서 엔고를 더 부추긴 것.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일본의 영향력 상실을 반영한 사례로 일본 정부의 엔고 방어에 대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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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 방어의 딜레마=일본 정부는 실제 환시장에 개입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는 눈치다. 독자 개입으로 환 방어에 실패할 경우 엔화 강세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25일 기자회견에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의 회동 보도와 관련한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사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부터 강력한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24일 노다 재무상이 '엔화 동향을 극도로 신중하게 모니터하고 있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구체적 액션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들면서 엔화가치는 오히려 달러당 83엔대로 급등한 바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구두개입의 약발이 듣지 않은 지 오래됐다는 반응이다.

시장에서는 구도개입만으로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자 개입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성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 채 조만간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에 실탄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윈스턴 반스 WJB캐피털그룹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5~6거래일 뒤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고 저지 가능할까=일본 정부가 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면 엔고 속도를 늦출 뿐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물론 실탄 투입규모와 기간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엔화 움직임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에서 비롯돼 일본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양책 종료 뒤 소비부진이 확인된 시점과 중국의 일본 국채매입 시점에서 폭등했던 엔화가 다시 한번 강세를 이어가는 이유를 미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데서 찾고 있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매입을 실질적으로 재개한데다 전일 미국 주택시장의 '더블딥' 우려가 점증되면서 미국이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달러 약세를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요7개국(G7)의 입장 역시 일본의 독자적인 환시장 개입에 부정적이다. 교역 파트너들은 자국 경제를 우려해 일본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가 배경으로 미국은 무역 불균형의 시정이 지연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통화정책이 디플레이션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무기임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 수출의존도가 크지만 에너지 등 수입의존비용도 매우 높다"며 "수입물품비용이 수출거래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달러당 80엔선까지는 엔고에 따른 연간 영업이익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도요타 등 전반적인 자동차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닛산 등 현지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의 경우 되레 이익을 본다"며 이는 일본 정부가 환 개입을 망설이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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