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평화원칙 정착 노력을”/“독선 근로자 참여 경영 공동결정 법제화/화합 위해선 사회보장제부터 완벽해야/한국노조 역사 짧지만 협력 가속화 무척 고무적”□대담자:김강식 항공대 교수
◇장소:스위스 그랜드호텔 카페스위스
◇일시:10월15일 상오 8시
독일은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짧으면서 노사분규를 가장 적게 겪고 있고 가장 높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나라다. 이같은 독일의 성숙된 노사관계는 대립과 갈등구조를 청산, 참여와 협력의 신노사관계를 구축하고 범국가적으로 「경쟁력 10% 높이기」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독일의 노사관계는 근로자 참여를 바탕으로 한 공동의사결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사관리와 노사관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권위자인 독일 만하임대 에두아르트 가우글러 교수와 항공대 김강식 교수(경영학 박사)의 대담을 통해 독일의 합리적·안정적인 노사관계 원동력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아본다.<편집자주>
▲김강식 교수=한국은 현재 참여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노사관계개혁 작업을 추진중입니다. 과거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 구조로는 더 이상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점점 약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입니다. 근로자 경영참가의 필요성에 대해 사용자나 노동자, 정부 모두가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참여의 방법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경영참가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십니까.
▲가우글러 교수=종업원(근로자) 또는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또는 기업주와의 관계라고 보면 됩니다. 근로자들은 더 이상 사용자로부터 내려진 명령을 수행하기만 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및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관철시킬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근로자 참여는 기업내의 사회적 지배관계에서 피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종업원들이 자신과 관련된 기업내 경제적·사회적 문제의 결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면에서 독일의 공동결정은 경제민주화, 자본과 노동의 평등, 기업내 의사형성과정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종업원 참여 등 기본이념을 갖고 있습니다.
▲김교수=독일의 노조형태는 산별체제이기 때문에 단체교섭은 산별수준에서 이루어지고 개별기업에서는 근로자의 대표기관인 종업원 협의회에서 단체교섭이외의 사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결국 독일에서 근로자 참여의 특성은 공장단위와 기업단위에서의 공동결정이 철저히 법제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우글러 교수=독일의 공동의사결정제도는 공동체원리를 기반으로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지는 근로자 참여 형태입니다. 이는 단체교섭을 노조와 경영간의 대립된 힘으로 보는 영국과 미국식의 시각과는 다른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활동영역이 기업 경영층 내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독일의 근로자는 경영층의 대항세력으로 존재하는 대신에 경영층의 일부로 남아 의사결정의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원하는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독일의 근로자들은 종업원협의회를 통해서 관리·업무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감사회를 통해서는 경영상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각각 참여,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김교수=독일에서는 기업내의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협력을 규정한 경영조직법이 있습니다. 경영조직법의 기본은 사용자의 경영의사 결정에 종업원 협의회를 통해 사용자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우글러 교수=기업내의 모든 근로자들이 그들 대표의 협력권 및 공동결정권을 통해 파트너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는데 경영조직법의 목적이 있습니다. 경영조직법의 최상의 원칙은 종업원협의회와 사용자가 종업원 복지 및 회사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며 사용자와 종업원협의회 양측에 평화의무를 두어 양 당사자의 쟁의행위를 허용치 않는 것입니다. 사용자와 종업원협의회는 회사평화를 해치거나 노동과정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또 당사자는 기업내에서 정당정치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서로 견해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는 자율적으로 설치되는 중재기구나 노동법원을 통해 해결토록 되어 있습니다.
▲김교수=독일의 공동의사결정제도는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업종의 성격과 기업규모에 따라 차등적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가우글러 교수=업종의 성격에 따라서는 광산 및 철강기업과 일반기업으로 구분되며 기업규모에 따라서는 종업원수 2천명 이상의 대기업, 5백∼2천명의 중견기업, 5백명 이하의 중소기업으로 분류, 근로자 참여의 범위와 정도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생산직 근로자수가 많고 작업환경이 열악하거나 노동강도가 강한 업종은 근로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공동결정의 참여 폭이 넓습니다.
▲김교수=독일 기업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공동의사결정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던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가우글러 교수=독일에서는 이미 1백50년전에 근로자 참여에 대한 구상이 있었고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2차 대전 이후에 비로소 의식과 관행·제도·법이 확립됐습니다. 특히 2차대전의 폐허 속에서 노사에 경제재건에의 동참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었으며 전쟁재발 방지차원에서 근로자 경영참여를 제도화하게 됐습니다. 또 독일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사회보장제도가 잘 마련되고 노조 또한 경제조합주의를 택한 것도 성공요인입니다.
▲김교수=우리나라는 대립과 갈등에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모색중이며 이를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을 비롯한 의식과 관행 등 노사개혁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의 지름길은.
▲가우글러 교수=사용자와 근로자들의 평화의무가 정착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일은 법적으로 개별기업 차원에서 분규는 불법이며 노조가 파업할 경우 조합원의 75%이상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파업에까지 이르지 않습니다. 또 사용자나 노조의 지식과 능력이 일정수준에 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 꾸준히 교육을 받고 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는 것은 난센스이며 단계적으로 하나씩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한국의 노사관계가 역사는 짧으나 참여와 협력의 방향으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김교수=경제발전 및 산업화와 더불어 우리도 이제는 산업민주화에 대한 적극적인 방향모색이 있어냐 하겠고 따라서 노사가 투쟁적이 아니고 협력적인 이념과 태도를 바탕으로 한 독일의 공동결정은 우리 노사관계 발전에 좋은 참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약력
◇에두아르트 가우글러 교수
▲192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출생
▲뮌헨대학 경영학과 졸업(경영학 박사)
▲레겐스부르크대학 경영학 교수,학장역임
▲만하임대학 총장역임
▲독일 경영학교수협의회 회장역임
▲세계경영학회(IFASM)인사관리 분과위원장
▲세계노사관계학회 부회장
▲현 독일 만하임대학 경영학과 교수(전공:인사관리,노사관계)
◇김강식 항공대 교수
▲1958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부 졸업(경영학 박사)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정리=최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