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개혁 통한 '결자해지' 의지
상생경영·기획본부 축소·윤리위 설치등 포함"사회적 책임 지속적 노력"…여론 추이 촉각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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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하고 선진적인 경영체제를 갖춰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재도약 할 것을 국민과 사회 앞에 약속 드립니다.”
현대차그룹이 19일 일반의 예상을 웃도는 고강도의 ‘대국민 사과’ 및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한 것은 검찰의 수사로 촉발된 비자금 조성 및 금품로비, 경영권 승계 문제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철저한 자기 반성’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그룹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개혁 노력과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사회의 기업에 대한 불신’을 결자해지하겠다는 모습도 담았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 부자 및 현대차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며 “앞으로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 어떤 내용 담고 있나= 현대차그룹의 이번 발표는 대국민 사과와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을 통한 사회공헌 외에 상생경영과 투자확대, 조직개편 등 상당히 광범위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종전 삼성의 사회공헌 발표 내용보다도 오히려 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정 회장 부자의 1조원 상당 글로비스 주식 사회환원은 세간의 경영권 승계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을 도우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다하겠다는 목적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번 비자금 사태의 진원지로 지적을 받아 온 기획총괄본부의 축소 개편과 윤리위원회 설치 등도 불법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해 온 ‘힘의 집중’을 분산시켜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타 그룹들의 잇따른 구조조정본부 폐지 또는 축소와도 맥을 같이 한다.
그룹은 아울러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과 일자리 창출 등에 참여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양극화 해소에도 적극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초 비상경영 선포와 함께 단행한 협력업체의 납품가 인하로 인해 부정적 여론이 일었던 상황까지 함께 감안한 조치다.
◇“최선의 노력” 여론추이에 촉각=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그룹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괄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 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상생경영과 사회공헌 등의 내용은 검찰의 수사내용이나 결과와는 무관하게 시행해 나갈 것”이라며 “사회전반에 확산된 부정적 여론을 완전히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일단 ‘반성과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용히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이번에 내놓은 보따리는 시작에 불과하고 차후 지속적이고도 다각적인 사회공헌 또는 사회환원 활동을 펼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다만 최근 대기업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회공헌 등의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돈으로 여론을 사려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만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룹 임직원들이 사과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거듭 다짐한 것도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번 발표와 무관하게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비판하는 쪽 입장에서는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그렇다 해도 중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와 사회공헌 노력이 부정적 여론을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鄭사장 소환 하루 앞두고 "더 늦기전에…"
현대차의 이번 대국민사과 및 사회공헌 방안 발표는 일반의 예상보다 한발 앞서 전격 발표됐다.
이날 그룹의 사과 발표시각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 출장길에 올랐던 정몽구 회장이 아직 귀국하지 못한 상태이며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검찰 소환(20일)을 하루 앞둔 상황이다.
이전갑 부회장은 발표시기와 관련, "지난 18일 오후 내부 회의를 통해 더 늦기 전에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모은 데 이어 중국에 나가 있는 정 회장과 상의해 발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도 "내부적으로는 발표시기만 남았을 뿐 이미 다양한 수습책을 검토해왔다"며 이미 준비된 대책이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움직임이 급박하게 진행된 점도 사회공헌 및 대국민사과 발표시기를 앞당기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초 그룹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택해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의미의 수습책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정 회장 역시 17일 중국 베이징 공장 기공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조차 "사회공헌 방안은 아직 계획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6/04/19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