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고액연봉 꿈과 좌절

박순일 한국사회정책연구원장


4월 들어 신문마다 임원과 직원들의 고액연봉들을 발표하고 있다. 신한지주·KB금융지주·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직원 평균보수액이 1억원이 넘고 50대 기업 중 8,000만원이 넘는 기업도 18개나 된다. 기사를 읽는 국민 심정은 어떨지를 생각하게 된다. 고액연봉의 긍정적 효과가 더 커서 우리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만 반대로 삶의 의지가 꺾일 많은 사람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만 한다.


지난 20년간을 돌아보면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는 확대됐다. 하위 10% 노동계층에 대한 상위 10% 계층의 임금격차는 1980년 5.12배에서 1994년 3.64배까지 감소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011년 4.77배에 이르고 있다. 임금격차는 선진국에서도 오랫동안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미국은 1980년 3.8배에서 2008년 5.0배로, 독일은 2.7배에서 3.2배로, 그리고 스웨덴은 1.9배에서 2.3배 정도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드디어 스위스에서 임금격차를 줄이자는 투표운동이 발생했다. 문제는 한국의 임금격차가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의 3배 전후에 비해 매우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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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이나 수익성이 큰 노동자나 기업의 높은 임금은 개인이나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임금격차가 노동생산성이나 기업성과만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고액연봉은 대부분 힘 있는 강성 노조의 대기업 및 공기업·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 그리고 공무원 및 정치인 등과 관련되지만 반면,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 비정규직, 여성, 연공서열이 낮은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기 위해 인상할 힘이 없다. 임금격차는 많은 사람들의 사기를 올리기보다는 불만 세력으로 만들기 쉽다. 지난해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대학가에 유행해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청년들이 높은 초봉이나 안정된 소득을 찾아 길어진 취업탐색과 준비기간이 사회 및 경제적 능력을 배양하는 기간이 되면 다행이지만 고통과 증오의 불길을 키우는 세월이 되면 미래의 우리 역사는 어둡다. 고액 및 안정된 임금을 찾아 재능 있는 인재가 일부 직종과 기업으로 몰리는 현실로 국가발전 동력이 균형을 잃으면 미래는 더욱 어둡다.

자유시장경제에서도 사회적 폐해가 큰 임금격차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장기초과근무시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고 청년실업과 임금격차를 감소시켜 나가야 한다. 외국인 노동과 서비스업의 증대와 고령화 및 여성의 시장진출 증대 등으로 저임금의 빠른 개선에 한계가 있다면, 과도한 고임금 부분은 부당하게 처우 받는 노동자들에게 재분배돼야 할 것 같다. 특히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간의 부당한 거래관행 개선은 물론 노조 이기주의와 정치·관료의 경제사회 지배현상 등의 빠른 극복도 격차 축소에 꼭 필요하다. 임금 초봉의 격차는 합리적 범위에서 조정돼 재능의 편중을 억제하고 인력이 적재적소로 분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년 혹은 고령층의 임금은 임금피크제로 합리적으로 개편되고 고령층의 부족한 소득은 사회적 일자리 참여를 통한 수입으로 보충할 수 있다.

지나친 임금격차로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사회적 불만을 증대시키는 시장실패가 있다면 당연히 정부정책으로 이를 고쳐야 한다. 연봉 1달러를 받고 기업을 살려내고 국가경제회복에 기여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어코카 사장과 같은 헌신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가 미래를 내다보고 고액연봉과 임금격차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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