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수행의 한 방법입니다." 남종 문인화를 수행 방편으로 삼아 40여년간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봉은사 주지 원학(사진) 스님이 6년 만에 일곱 번째 개인전을 연다.
원학 스님은 3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남종화는 작가가 마음속에 담아둔 풍경을 어느 순간 흥이 돋아 붓 가는 대로 그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을 그대로 사실적으로 그리는 북종화와 달리 남종화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에 담아뒀다가 어느 순간 작가가 이를 새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길 때 마음속에 담긴 것을 표현해내는 것입니다. 작가가 붓 가는 대로 그리다 보면 아름다운 형체가 나오지요."
그는 "이는 돈오돈수(단박에 깨닫는 것)의 수행법을 추구하는 남종선과 상통하는 것"이라며 "선방 스님이 공부하다 깨달음의 환희에 젖었을 때 이를 시어(게송)로 표현하듯 단박에 직관력에 의한 느낌을 붓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림 그리는 것과 품성을 닦아가는 수행의 길은 결국 같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채색보다 먹 위주로 그리는 남종화는 가장 깨끗한 종이에 가장 더러운 검정 먹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수행의 정신과 상통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붓을 들었다는 원학 스님은 20대 때부터 스승을 찾아 본격적으로 글 쓰고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예를 먼저 배웠던 스님은 남종화의 대가로 꼽히는 의제 허백련(1891~1977)의 그림을 보고 감동 받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스님이 그동안 그려온 그림 중 소품만을 모아 봉은사 다래헌에서 겨우내 붓을 들고 정성을 쏟아 완성한 것들이다. 산수화, 사군자화, 서예 작품 등 총 72점이 전시된다. 스님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문인정신, 선비의 풍류정신이 담긴 남종화의 맥이 끊어지고 있다"며 "수행과 문인화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 살아 숨 쉬는 남종화의 전통을 지켜가는 데 여생을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