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전기요금 체계 개편해야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고 국내 도입 원유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를 중심으로 한 원유의 수입단가가 지난 2월 처음으로 60달러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6년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배럴당 평균 가격이 68달러에 이르고 오는 2010년까지 6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미국의 국가에너지정책위원회(NCEP)는 최악의 경우 16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유가 100달러시대가 예측되는 지금의 고유가 상황에서는 정부가 강력한 에너지절약 시책을 통해 고유가에 대한 적응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 차원에서 최선책이다. 저가 정책 보다 수요관리 필요 그러나 청와대의 정책 관심 사항이 양극화 해소, 부동산정책, 교육정책 등에 집중된 때문인지 고유가 대책과 관련 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 과연 정부가 고유가 대책을 내놓을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소비자물가가 153% 오른 반면에 전기요금은 물가 안정 논리에 따라 강제돼온 결과 공공요금보다 인상에 따른 반발심리가 강해져 불과 4.7% 상승에 그쳤다. 고유가로 인한 전기 공급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함에도 국내 전기요금의 경우 현행 전력시장에서 도매가격은 연료가격의 변동분을 고려해 결정되는 반면에 소매가격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일정 수준에서 고정되는 관계로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상승 요인을 상장회사인 한국전력㈜가 떠안는 반시장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환율이 2~3배나 뛰는 외환위기 당시 상황은 물론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드는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도 국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것은 국내 전력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기술주도형 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의 낮은 전기 생산단가 때문이다 전기요금의 적정 수준은 안정적인 전기 수급이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검토돼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정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2004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2017년까지 3,820만kW의 발전 설비와 10만㎞의 송전 선로를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간 8조원씩 총 100조원의 투자재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행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할 경우 매년 약7조원 정도의 전력설비투자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2년 1월 톤당 195.2달러에 불과하던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가격이 2005년 4월에는 325.4달러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금과 같이 국제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LNG 가격이 국제원유 가격과 동반 상승하는 상황은 한전의 매출 이익 감소로 이어져 전력시설 투자와 보수재원의 마련, 그리고 재무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치권이 전기요금을 물가안정정책의 최우선 수단으로 여겨 저가정책을 고수할 경우 한국전력은 투자재원을 차입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결국 한전의 신인도 하락과 자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 공급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연료비 상승등 요금에 반영을 고유가 상황에서의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전력정책의 초점이 지금까지의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급에서 수요 관리로 발상 전환을 해야 하며 석유와 석탄 등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기 공급 비용 증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전기 수급상 문제가 없고 한전이 이익을 낸다고 해서 유가 등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기 공급 비용 증가 요인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중장기 전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드는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 청와대와 국회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은 국민 정서상 반발심리, 또는 물가 안정과 같은 인기영합적인 논리에 빠져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다음 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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