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TX 이어 4~5개사 채권단에 SOS… 6월말 퇴출대상 윤곽

■ 본격화 하는 대기업 구조조정<br>쌍용건설 등도 지원 필요<br>재무구조 취약 그룹 대상… 5월까지 재무개선 약정<br>국내경제 파장 만만치 않아 실제 퇴출은 많지 않을 듯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조선과 해양, 건설 분야 대기업 구조조정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방향을 잡을 수 없었던 한계기업들의 처리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건설 계열사가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STX 외에도 이미 굵직한 대기업 4~5개가 채권은행들에 SOS를 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업체들이 많아 실제 퇴출까지 이어지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경기침체의 늪에서 당분간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STX 이어 현대상선까지 줄줄이 지원요청=발등의 불은 STX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29일 "앞으로 STX 때문에 골치 아플 것"이라고 했다. STX그룹은 지난 26일 STX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강덕수 회장의 지분포기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감독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 강 회장의 지분처리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강 회장이 지분을 모두 내놓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채권은행에서는 금융권의 추가 지원이 들어가는 만큼 대주주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TX그룹은 조선과 해양 같이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당국이 STX조선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로 가고 STX팬오션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매각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조원에 이르는 당기순손실을 낸 현대상선도 연초에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연초에 현대상선에서 요청이 들어와 현재 지원을 검토 중"이라며 "금액이 큰 것은 시중은행과 함께해야 하는데 은행들이 소극적"이라고 했다. 현대상선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그룹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 등을 이유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의 재무개선 약정체결을 거부한 뒤 사실상 은행권과의 거래를 하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현대상선이 5,000억~6,000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 쓸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경기를 감안하면 미리 돈을 구해놓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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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등 추가지원 필요=논란이 됐던 쌍용건설에도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은행은 26일 채권단 회의를 열고 쌍용건설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회계법인 실사결과 쌍용건설은 약 3,600억원의 신규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은행들이 2,900억원을 떠맡고 기존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가 7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채권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쌍용건설은 경제논리대로만 따지면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 게 맞다"며 "추가 지원을 해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문난 A그룹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 측은 올해 상반기까지 자산매각 등을 통해 2조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기침체로 매각작업이 순탄치 않은 상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그룹계열사 전체적으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발전소 건설사업에 명운을 걸고 있지만 당장 건설사업에 필요한 기초자금을 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B그룹도 최근 계열 건설사 지원에 이어 대형 인수합병(M&A)까지 해 시장에서는 자금여력이 충분한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B그룹은 제철 등 일부 계열사의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웅진그룹도 소모성 자재구매대행업(MRO)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퇴출 대상 6월 말께 윤곽=금융당국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이르면 6월 말께 구조조정 대상을 추린다. 현재 은행들은 개별 대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평가결과는 AㆍBㆍCㆍD 4단계로 구분되는데 C나 D등급을 받으면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대 신용위험평가 작업 중으로 이르면 6월 말이나 7월 초에 구조조정 대상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549개 대기업을 평가해 이 중 36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주채무계열(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병행된다. 당국은 10일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 등 30개 주채무계열을 선정했다. 이달 말까지 주채권은행이 재무구조평가를 하고 다음달 말까지 재무구조가 취약한 그룹을 대상으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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