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38면=<눈깔> 꽉 막힌 실크로드 / 우

동서양을 잇던 실크로드의 중심지 우즈베키스탄. 독재정권이 장기집권을 위해 쳐놓은 각종 규제로 외부와의 소통은 막히고 경제성장은 발목이 잡힌 지 오래다. 최근 방문한 우즈벡은 관문인 타슈켄트공항부터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짐을 찾고 입국서류와 외환보유 신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반. 곳곳에 ‘No Smoking’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지만 공항은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규제는 담배연기처럼 우즈벡을 자욱하게 뒤덮고 있다. 외국인에게 거주등록은 필수, 벌금은 150만원. 내국인도 허가받은 기간 동안만 타슈켄트에 머물 수 있다. 공휴일은 작당(?)을 막기 위해 1주일 전에 통지한다. 정권은 규제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 도로는 울퉁불퉁하지만 대통령이 출근하는 ‘대통령 길’만은 깔끔하다. 이 길은 대통령 출퇴근 전후로 통제되고 7대의 벤츠만이 130km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 의료시설은 낙후됐지만 대통령이 질환을 앓고 있는 심장치료 분야는 세계적인 시설을 갖췄다. 정부는 화폐개혁으로 사유재산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은행 계좌를 맘대로 뒤진다. 어린시절 쇠막대에 묶여 자란 코끼리는 몸이 집채 만큼 커진 후에도 나무막대기조차 뽑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사람은 규제가 생기면 불만을 갖겠지만 우즈벡인은 불편함을 못 느낀다고 한다. 현실을 옭아맨 각종 규제에 맞춰 살면서 ‘내 가족만 잘 챙기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구의 형광등과 유리창은 깨져 있어도 아파트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속되는 규제는 기업과 국민을 몸집만 클 뿐 쇠막대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코끼리로 만든다. 늦기 전에 규제철폐로 자율과 창의성을 찾아줘야 한다. 동시에 당선인도 총선을 염두에 둔 반(反)시장적 정책들이 시장에 대한 또 다른 규제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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