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더라도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바지사장’이라면,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전남 여수 소재 모 회사 대표이사인 강모(38)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명목상 대표이사로 등기됐더라도 실질적인 경영자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산재법상 근로자는 법인등기부에 임원으로 등기됐는지 여부가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지난 2007년 2월 거래처 사장을 접대한 후 귀가하던 중 원인불명의 사고로 머리뼈 골절, 뇌손상 등의 부상을 당하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했다.
강씨는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인 A씨가 신용불량자여서 명의를 빌려줬을 뿐, 자신은 영업부장에 불과한 근로자라고 주장했으나, 공단측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