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던 ‘반삼성 정서’ 또는 ‘반삼성 기류’의 핵심이 무엇인지 새삼 고민스럽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귀국과 동시에 발표된 ‘삼성의 현안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는 삼성의 자성과 이에 대한 해법이 다양하고도 진지한 톤으로 담겨져 있다.
이번에 삼성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내놓은 해법들은 그동안 오너 일가의 ‘손쉬운 부 축적방식’ 등을 포함한 각종 ‘삼성식 경영결정’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던 사회 여론을 진심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회장 일가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개인 재산을 선뜻 포기했으며 삼성은 그동안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받기 위해 결코 타협하려 들지 않던 정책수단들에 대해 무조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황제경영의 상징처럼 비쳐졌던 구조조정본부의 인력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성급한 결론을 내려보자면 ‘반삼성 정서’는 이번 삼성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만으로는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한국경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에 대해 거칠게 비난과 비판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반삼성 정서’는 잘 나가는 집단에 대한 맹목적인 시기인가. 부의 대물림에 대한 범부들의 야릇한 질투심인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오너 일가가 편법이나 탈법을 동원하면서 부를 대물림했던 사례는 삼성만이 아니라 중견 재벌 이상의 여러 그룹들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굳이 ‘반삼성 정서’로까지 명명하며 삼성을 지목했던 것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합법의 테두리에 보호됐다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각종 삼성식 경영행위들’ 그 자체가 혹시 ‘반삼성 정서’를 만든 핵심은 아니었을까.
이 회장 일가 또는 삼성이라는 그룹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펼쳐졌던 삼성의 전방위 방어활동들은 때로는 개별사안으로, 때로는 총체적인 이미지로 우리 사회의 여론에 의해 비판받고, 비난당했다.
이번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삼성이 각각의 사안들에 대해 내놓은 해법들은 그 자체로는 ‘일방적인 양보’로 비쳐질 정도로 고강도 수위다.
하지만 삼성의 이번 양보만으로 오랜 기간 누적된 총체적 이미지에서의 ‘반삼성 정서’마저 해소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삼성이 진정 ‘삼성의 환골탈태’ 또는 ‘국민이 사랑하는 삼성’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원한다면 이번 양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총체적 이미지’를 개선시킬 앞으로의 결단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