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방ㆍ통 융합의 모순

유삼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로터리] 방ㆍ통 융합의 모순 유삼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유삼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최근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전송방식이 지난 4년여 동안 지루한 논쟁을 치른 끝에 결론을 도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케이블TV 업계도 이번 결론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지상파의 HD프로그램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케이블TV는 별도로 지상파 HD채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에 대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모든 매체의 디지털 전환은 가속도를 더해가면서 방송통신 융합을 통한 고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 그중 하나로 주문형비디오라고 불리는 VOD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방송통신 융합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 서비스다. 그간 소비자가 체험한 VOD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한 것으로 작은 화면과 잦은 끊김 현상 등으로 이른바 킬러 상품이 되지는 못했다. 이제 디지털방송이 제공하는 VOD는 그야말로 비디오 대여점을 한순간에 문닫게 할 정도로 편리하고 막강한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서울 일부 지역 케이블TV 가입자에게 선보이고 있는 VOD는 방송사가 제공하는 영화를 선택해 보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정지시켜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을 되감기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지루한 장면을 건너뛰어 볼 수도 있다. 통신서비스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VOD서비스가 방송사업자에 의해 제공되는 이른바 방송통신융합서비스에 맞서고 통신사업자 역시도 방송과 맞먹는 큰 화면에 끊김 없는 기술력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결합상품으로 제공하게 될 경우도 있어 소비자는 제공되는 서비스가 방송사업자에 의한 것인지 통신사업자에 의한 것인지 좀처럼 구별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통신사업자의 방송영역 진출은 진입규제가 거의 없는 반면 방송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기술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설비국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요금을 받기 위한 이용약관 승인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규제를 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규제기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통신사업자의 경우 관련 산업의 진흥을 위주로 정책을 펴는 정보통신부의 관할 하에 서비스를 하지만 방송사업자의 경우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방송의 속성상 사업자의 규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감독을 받기 때문이다. 그 결과 거대 통신사업자에 비해 케이블TV와 같은 중소기업 규모의 방송사업자가 오히려 심한 규제를 받는 구조적 모순에 놓여지게 된 것이다. 소비자에게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각기 다른 규제를 받게 된다면 어느 쪽에 사업의 성패가 주어질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약한 사업자를 보호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이 공정경쟁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가장 시급한 사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입력시간 : 2004-07-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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