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강남불패' 시장에 떠넘기지 마라

‘강남 불패’가 우리나라 경제 이슈 중 가장 뜨거운 화두로 등장해 몇 년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왜 강남일까가 궁금해 한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강남을 입력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다 읽기도 힘들 만큼 엄청난 검색목록이 내 인내심을 시험했다. 결국 목록을 읽기에 지쳐 두손을 들고 말았지만 그중 몇몇은 최근 강남 아파트가격 문제를 아주 간결하게 설명해줬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한 학생이 겨울방학 숙제라며 질문을 던졌다. ‘강남 아파트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왜 비쌀까.’ 경제 문제는 골치 아프니 긴 답변은 필요 없고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학군·인프라 좋아 주택수요 몰려 이 질문자가 가장 좋은 평점 별 다섯개를 붙인 어느 대학생의 답변이다. ‘한마디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부동산학과에 다닌다는 이 대학생은 ‘우수한 학군, 편리한 교통시설과 편의시설 등의 이유로 강남에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강남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니 자연히 가격이 오른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얼마나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답변인가. 물론 이 답변이 강남 아파트 급등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함에서 나오는 진실성에 눈길이 갔다. 물론 강남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도 많았다. 강남을 투기, 졸부, 부도덕한 축재 등등의 대명사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강남 아파트가 천정부지로 뛰는 주된 이유로 투기성가수요(쉽게 말해 부동산 투기)를 지목한다. 이 같은 투기성가수요만 막으면 강남 아파트값은 자연히 통제 가능할 것이고 투기로 인한 가격 거품은 꺼질 것이라고 강변한다. 정부의 강남 부동산정책은 투기성가수요 억제에 맞춰졌었고 이달 말께 발표될 추가 대책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강력한 부동산대책이 줄지어 나오는데 강남 아파트가격은 오른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8ㆍ31 부동산대책과 추가 대책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는 하반기에는 아파트가격이 하향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앞서 중학생이 모법답안이라고 고마워한 답변으로 정부의 논리를 반박한다. 강남 불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교육 문제다. 강남 지역은 물론이고 목동과 중계동 등 최근 아파트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지역 모두 교육 학군이 좋은 곳이다. 올해도 강남 지역으로 수도권 고등학생들이 옮겨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제 중ㆍ초등학생까지 확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전동(자녀 교육 때문에 대치동에 전세로 이사 가는 것을 빗댄 말)에 사는 학부모들은 왜 2년 전에 빚을 내 강남에 집을 사지 못했는가 땅을 친다고 한다. 여기에 강남에 아파트 한채는 있어야 진짜 부자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지방 부자들도 강남 아파트 수요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강남 아파트가격이 오르는 것은 이 같은 실수요자들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이들 강남 수요자들은 정부의 규제를 아예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이때야 말로 강남 진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오는 5월과 내년 대선을 1년여 남긴 11월 전후가 강남 아파트 매입의 적기라는 말이 부동산가에 회자되고 있다. 시중에는 노무현 정권의 정략적 발상에서 부동산정책이 출발했다는 말들이 나돈다. 양극화의 한 꼭지점에 있는 강남 지역을 때려 반대 꼭지점에 있는 빈민층을 포함한 다수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선거용 발상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규제보다는 원인부터 직시해야 70년대 이후 서울 강북 지역의 과밀 해소를 위해 개발된 강남 지역은 지난 40년간 개발시대의 축적물이다. 교육ㆍ교통 등 인프라와 레저ㆍ문화시설은 성장시대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다. 한마디로 강남 지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살기 좋고 대학가기 유리한 강남 지역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처방도 나온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강남 지역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 규제정책은 미래에 또 다른 버블을 만들 뿐이다. 강남을 끌어안은 장기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정부ㆍ여당의 강남 아파트값대책은 강남 불패 신화에 두손을 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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