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부실→은행부실→기업부실(사설)

대기업의 잇단 부도 여파로 은행권이 흔들리고 있다. 한보 삼미의 부도사태와 주식 평가손실로 올상반기 중 10개 일반은행이 적자를 기록, 은행권의 집단부실화 우려를 낳고 있다.기업의 부실이 은행의 부실로, 은행부실이 다시 기업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은행감독원의 「97상반기 일반은행 수지상황」에 따르면 25개 일반은행이 7백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95년 상반기이후 2년만에 적자로 반전된 것이다. 진로 대농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게 됨에 따라 하반기에도 경영이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없다. 적자 전환의 큰 이유는 한보 삼미의 부도로 이자를 한푼도 받지 못하면서 대손 충당금을 2조원 이상 추가로 쌓아야 했고 주식매매에서 1백85억원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살아야 은행이 살고 기업이 무너지면 은행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은행의 부실화는 은행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동안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땅짚고 헤엄치기 경영을 해왔다. 정부의 눈치를 보고 하라는대로 말을 잘 들으면 무사했다. 사후는 정부가 보장해줬다. 그런 가운데서 금융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리 없다. 이상한 금융관행이 굳어진 것이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따지기에 앞서 권력과 로비력에 좌우되었다. 장래성이나 사업성이 있어도 힘없고 담보 없고 밉게 보이면 뒤로 밀려났다. 한보사태에서 잘 보아온 것이다. 최근들어 규제완화니 자율이니 해서 정부가 간섭의 고삐를 풀어주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하루 아침에 자율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 외압을 배제하기위해 여신 심사제를 도입했지만 사후 부실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소극적으로 안전운행을 하는 것이다. 담보없고 힘없는 기업은 대출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신용대출은 말뿐이다. 살릴수 있고 살려야 할 기업을 쓰러뜨려서는 안된다. 은행의 부실화가 기업의 자금난을 더해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기아사태의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금융개방이 급진전되고 있는 때다. 수세적이고 전근대적인 관행아래서는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쟁력 없이 은행수지 개선도 바랄수 없다. 구태의연한 경영으로 은행이 어려워지면 정부지원이나 한은 특융을 요구하는 자세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은행도 망할 수 있고 인수 합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눈앞에 닥쳐왔다. 기업도 살고 은행의 건전화도 이룰 수 있도록 관행과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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