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와 차한잔] 이영규 은성코퍼레이션 사장

"나노섬유 대량생산 주도할것" <br>세계시장 2008년 240억弗 규모 급성장 전망<br>초경량 방탄복등 첨단제품 상용화해 해외 공략<br>3년내 산업용 섬유 중심 매출 1,000억 목표


“나노섬유 시장은 아직 미개척지입니다.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세계 섬유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입니다. 은성코퍼레이션은 나노섬유 대량생산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첨단 섬유기업으로 도약해나가겠습니다.” 세계 극세사 와이퍼 시장 1위 기업으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은성코퍼레이션의 이영규(48ㆍ사진) 사장은 지난해 개발에 착수한 ‘나노섬유 프로젝트’의 성공을 자신한다. 지난 92년 대기업 개발팀에서 일하던 이 사장은 극세사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 은성코퍼레이션을 세웠다. 단돈 2,000만원을 빌려 어렵게 사업을 시작한 이 사장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각종 전시회에서 발품을 팔며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외국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온 이름 모를 중소기업 제품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6개월 만에 도산 직전까지 내몰려 타고 다니던 차를 팔아 직원들 월급을 주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창립 10여년 만에 세계 극세사 와이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상용화 전례가 없는 나노섬유 개발에 착수, 올해 1단계인 헤파(HEPA)필터 개발을 완료했다. 헤파필터란 0.3㎛ 굵기의 미세입자를 99.97%(1만개 중 9,997개) 이상 여과할 수 있는 고효율 소재로 해외에서도 3M과 H&V 등 글로벌 업체만이 유리섬유를 사용해 생산하고 있다. 나노섬유 시장은 고성능 필터, 폴리머 전지, 생체활성용 의료소재 등 첨단산업에서 수요가 늘면서 내년에는 160억달러, 오는 2008년에는 24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지만 아직은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사장은 2002년부터 나노섬유 상용화 방안을 모색하던 중 울파필터(10만개 미세입자 중 9만9,999개를 여과)에 사용되는 소재가 해외에서 전량 수입되는 유리섬유라는 점에 주목, 나노섬유를 필터소재로 상용화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유리섬유 소재는 폐처리할 때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전량 수입하고 있어 ‘기필코 대체 소재를 개발하겠다’고 작정했다”고 밝혔다. 연매출 350억여원에 불과한 은성코퍼레이션이 나노섬유 개발에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사장의 이러한 도전정신에서 비롯됐다. 은성코퍼레이션은 2004년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정부예산 43억원과 민간투자금을 합쳐 78억원의 개발자금을 확보, 충북 음성에 첨단 나노섬유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은성코퍼레이션이 개발한 나노급 필터소재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다. 은성은 두 종류의 각기 다른 고분자 소재를 원료로 사용해 공기의 흐름은 향상되면서도 차압(압력손실)을 낮출 수 있도록 나노급 부직포 원단을 만들어냈다. 또한 열처리와 정전처리를 통해 여과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을 도입, 저렴한 가격에 필터 소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 사장은 “기존 제품보다 생산원가를 낮추면서도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틈새시장 공략의 성공 포인트다. 은성이 만든 나노필터는 유리섬유 필터보다 여과효율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해 전량 수입해온 유리섬유를 대체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은성코퍼레이션은 이제 본격적인 나노섬유 응용제품 연구에 착수했다. 현재보다 절반 이상 가볍고 강도는 높은 초경량 방탄복, 세균침투는 막지만 공기는 통하는 인조피부, 2차전지 분리막과 같은 첨단 나노제품의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고 후가공시설도 차츰 갖춰가고 있다. 은성은 2009년까지 반도체용 와이퍼와 고효율 필터, 나노섬유 응용제품 등 산업용 섬유의 매출비중을 50%까지 높여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연다는 목표다. 이 사장은 “세계최초로 나노섬유를 양산하는 기업, 나노섬유 시장 1위 기업이 되기 위해 정열을 다 바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인재발굴·직원복지 최우선 이영규 사장은 무엇보다 능력 있는 인재발굴에 최선을 다한다. 120여명의 임직원 중 30명의 연구개발인력을 보유한 것도 이 사장의 남다른 인재사랑에서 비롯된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9년째 50여명의 섬유 전공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 학생들이 졸업하고 섬유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 섬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영속하는 한 우수 섬유공학도들을 후원할 계획이다. 직원복지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평소 날카로운 카리스마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경영자지만 모든 직원들의 생일을 직접 챙긴다.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산타 복장을 하고 전직원에게 일일이 선물을 줄 만큼 속내가 부드러운 최고경영자(CEO)라고 할 수 있다. ‘밥 걱정, 돈 걱정 안 하는 집과 같은 직장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에서 식사는 무료 제공하고 사우나ㆍ헬스시설도 갖췄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처럼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축구ㆍ야구ㆍ볼링ㆍ인라인 등 다양한 사내 동호회 활동에 참가하고 주말에 함께 래프팅을 가는 등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 약력 ▦59년 서울 출생 ▦78년 영동고 졸업 ▦85년 한양대 섬유공학과 졸업 ▦85년 동양나일론 입사 ▦90년 약진통상 근무 ▦92년 스완무역 차장 ▦92년 은성코퍼레이션 창립 ▦92년~현재 은성코퍼레이션 대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