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은행 구조조정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이 「대우암초」에 부딪쳐 차질이 예상된다. 대우의 구조조정 방안이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데다 정부의 고강도 처방제시에도 불구, 주식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DR발행을 위한 로드쇼를 진행 중인 한빛은행이 당초 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며 여타 은행들도 현재의 불안상황이 지속되면 발행 자체를 연기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DR발행 서명식을 앞두고 있는 한빛은행은 현재 막바지 로드쇼를 진행 중이지만 삼성차 처리과정에서 불거진 혼선과 대우쇼크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라 발행계획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대우쇼크 전까지만 해도 당초 목표한 10억달러 발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특히 정부의 고단위대책이 나온 후에도 주식시장의 불안이 계속돼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한빛은행은 오는 29일 가격결정을 하게 되는데 방식은 29일 기준으로 1개월 평균, 1주일 평균, 29일자 종가를 가중평균한 수치와 가격결정 직전일인 28일 종가 중 큰 값이 기준이 된다. 가격결정일 전까지의 주가향배가 DR발행에 결정적 요소가 되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발행할인율을 20% 이상으로 높히거나 발행액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반기 은행권 DR발행의 벤치마킹 형태가 될 한빛은행이 이처럼 힘든 과정을 지속함에따라 하반기 발행을 계획 중인 외환·조흥·한미 등도 애를 태우고 있다.
외환은행 고위 관계자는 『발행(10억달러 규모)이 9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좀더 지켜보겠다』면서도 『현재의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10월 말 목표로 10억달러를 발행할 계획인 조흥은행도 아직까지는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발행여건과 타이밍 등을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DR발행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강화와 맞물려 하반기 은행권 구조조정의 가장 큰 테마 중 하나로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R발행의 성공여부에 따라 은행권 판도의 작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