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마/김승경 중소기업은행장(로터리)

날씨가 찌는 듯이 덥더니 장마가 벌써 시작되었나 보다. 장마는 해마다 이맘때면 정확히 우리를 찾아와 더위를 식혀주고 풍년을 예고해 주기도 하며 홍수를 몰고 오기도 한다.그러므로 장마를 반기는 사람도 있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직업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장마를 반기면서도 혹시 비가 너무 많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을 터이고 어촌사람들은 출어를 하지 못하여 시름에 잠길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누구든지 이맘때면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모두 짐작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이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장마가 정확히 때를 맞춰 우리를 찾아 온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덕택에 필자도 장마전선이 북상하게 되면 한해의 절반이 정확히 지나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사람은 시간의 경과를 외부적 환경을 통해 상대적으로 느끼게 마련이다. 닭이 울면 이른 아침이고 해가 서산에 기울면 저녁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가 하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늘어난 흰머리에서, 또는 자녀들을 출가시키면서 스쳐지나간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시간, 또는 나이에 대한 의식은 그것이 늙어감에 대한 속된 탄식으로 끝나서는 안되며 우리가 서있는 시간적 위치에 대해 명철한 각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를 판단케 하고,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시간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의 위치와 위상을 모르게 된다. 기업으로 말하면 극단적으로 현시점이 위기인지 기회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정지된 사진으로 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사진 속에서의 일출은 일몰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시간성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낮잠을 자다가 일어난 사람은 일출과 일몰을 혼동하여 아침과 저녁을 구별하지 못할 수 있다. 산마루에 걸린 해를 바라보며 그것이 떠오르는 것인지 아니면 기울고 있는 지에 대한 인식은 깨어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이다. 장마가 왜 한 해의 꼭 절반무렵에 시작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창밖에 쉼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한 해의 지나간 절반을 되새겨 보고 나머지 절반의 기간동안 할 일과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보기도 하는 것이 이 시대 직장인들의 장마철을 보내는 지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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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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