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석유화학은 석유화학업계에서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한다.
비결은 노사간 상생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투(夏鬪)로 동종업체인 LG칼텍스정유가 사상초유의 파업사태를 겪는 등 여수석유화학단지가 노사 분규로 몸살을 앓았지만, 호남석유화학은 일찌감치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으며 25년간 노사분규가 없는 사업장이 됐다. 노사문제가 산업계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어 호남석유화학은 경쟁력이 약해질래야 약해질 수가 없는 셈이다.
호남석유화학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지난 80년. 96년 노동법 개악에 대한 이견으로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을 탈퇴한 이후 지난해까지 상급단체 없이 ‘홀로서기’를 해왔다. 지난해 민주노총에 가입했지만, 회사와의 관계가 원만했기에 상급단체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호남석유화학의 노사 상생경영은 신뢰에서 출발한다. 사내 활발한 대화채널 구축을 통해 노사간 신뢰를 쌓고 있다. 또 매분기 노사협의회를 열어 작업현장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수렴한다. 현장운영위원회라는 독특한 제도를 통해 직원들과 부서장들이 얼굴을 맞대고 현장의 목소리에 직접 경영전반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도 만들었다.
호남석유화학 노사관계의 또 하나의 특징은 회사가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까지도 세심하게 배려를 한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특징인 가족 경영이 노사관계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직원뿐만 아니라 직원 부인의 생일날에도 축하꽃을 보내주고 컴퓨터 꽃꽂이 등 교양강좌도 마련해준다. 또 자녀들을 위해서는 체험학습ㆍ역사탐방ㆍ산악훈련 등을 회사에서 주선해준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기업생산의 원천이 직원 개개인이라면 직원 개개인의 능력의 원천은 가족들의 행복이라는 점에서 직원 가족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가족들에 대한 배려는 노사간 서로를 더욱 신뢰하게 하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의 노사 상생경영은 97년 외환위기 당시 위력을 발휘했다. 노사간 무분규는 회사의 꾸준한 생산설비로 이어져 유화업계 구조조정의 여파에도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IMF때 인근 업체들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겪을 때에도 설비증설의 손길은 멈춘 적이 없다”며 “노사간 협력은 경영진들에게 투자의욕을 높여 수익을 늘리고 다시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자평했다.
이 같은 노사 상생경영은 최근 2건의 M&A를 성공하며 석유화학업계 2위로 올라서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7월 호남석유화학은 KP케미칼과 현대석유화학 2단지를 인수하며 유화업계 5~6위권에서 일약 외형 4조원대의 초대형 종합화학업체로 발돋움 했다.
KP케미칼의 인수로 호남석유화학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PTA(테레프탈산)와 그 원료인 PX(파라자일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고 현대석유화학 2단지 인수로 에틸렌 생산능력(연 132만톤)이 여천 NCC(연 143만톤)에 이어 업계 2위로 껑충 뛰었다.
현대석유화학과 KP케미칼을 합칠 경우 호남석유화학의 전체 매출순위는 LG화학에 이어 2위. 정통 석유화학 부문만 따질 경우 3조2,000억원 규모인 LG화학을 제치고 업계 1위로 부상하게 됐다. 여기가 국내업체로는 드물게 나프타분해에서 기초유분, 최종제품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해외 판매망까지 두루 갖춰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