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극 중에 야구 코치로 나오는 하숙집 주인이 주식 투자를 하는 내용이 나온다. 여러 번 투자에 성공했지만 결국 씨티폰 테마에 집중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 그 이후 누군가 '애플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이내 무시한다. 드라마는 20년 전을 배경으로 했는데 개인 투자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아마도 2007년 해외 펀드 붐 때 투자했던 해외 펀드들이 여전히 큰 손실로 남아 있어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 당시에는 글로벌 자산을 매입하기보다는 유행과 테마를 추종해 특정 국가와 섹터에 집중 투자를 했던 경향이 있었다. 특히 중국·브릭스·일본 펀드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그 당시에도 특정 국가나 테마가 아닌 글로벌 펀드에 투자했다면 지금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저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비중이 2%에 불과한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만으로 내 자산을 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성장 시대를 먼저 경험한 일본과 비교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약 10년 시차를 두고 한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며 잠재 성장률의 핵심적 결정 요인인 인구 구조상 한국의 고령화는 일본과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시장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처럼 해외 투자를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요국 증시 수익률은 미국 26%, 독일 25%, 일본 56%, 이탈리아 16%인 반면 러시아는 -5%, 태국은 -6%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0.7% 오르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 원인이 기업 실적인 것도 아니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프랑스 등 한국보다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국가들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즉 단순한 실적 전망이나 경제 전망만으로 특정 국가·지역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또 다른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내 펀드가 여전히 좋은 투자 대안이지만 이제는 해외 투자에도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투자 경험이 많고 노련한 투자자라면 국가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좋을 것이고 일반 투자자라면 전문가들이 그때그때 비중을 조절해 투자해주는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에 투자하면 될 것이다.
혹자는 해외 펀드는 세금 때문에 가입하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도 있는 것이다. 또 변액보험 상품을 활용한다면 일정 부분은 비과세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절세는 물론 중요한 요소이나 수익이 없다면 절세도 의미가 없어지는 만큼 투자의 본질인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투자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