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베를루스코니 퇴진 초읽기" 관측속 伊 재정위기도 일단 숨통 기대

신임투표 실시 가능성… 퇴진 기로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구제금융 지원설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지난 17년간 불사조처럼 이탈리아 정치권을 장악해왔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물러날 경우 이탈리아 재정위기도 일단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져 시장에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탈리아 하원은 8일(현지시간) 지난 2010년 예산안에 대한 승인투표를 치렀다. 현재 집권 연정은 일부 의원의 탈당으로 전체 630석 가운데 과반에 한 석 모자란 314석만 확보한 상태라 예산안 부결은 물론 신임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야당은 설사 예산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신임투표를 관철시켜 반드시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사임설을 부인하며 탈당 의원과 접촉하고 거국 내각 구성 및 조기 총선 실시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외신은 이미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사임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성추문과 부패 혐의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마침내 퇴진 기로에 서게 된 것은 이탈리아 경제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취임 이후 이탈리아의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은 평균 0.2%로 유로존 평균 1.1%보다 낮았다. 반면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0%에 달해 유로존 국가 중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탈리아의 장기 성장 전망이 어둡다며 국가신용등급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연금 개혁과 국유자산 매각을 골자로 한 긴축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야당의 반발로 답보 상태다. 10년물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7일 마지노선인 6.5%를 훌쩍 뛰어넘어 6.67%까지 치솟아 유로존 출범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베를루스코니 정권 취임 이후 이탈리아 실물ㆍ금융 경제가 모두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임이 사실상 임박했다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이탈리아 미래의 열쇠는 조르조 나폴리타노(86) 현 대통령이 쥘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에서는 대통령이 거국 내각 구성 및 조기 총선을 제안할 권한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가 하루빨리 긴축 재정 및 경제 개혁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1조유로까지 늘리기로 한 EFSF 증액 방안 합의에 실패함으로써 이탈리아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마친 직후 "11월 말까지 특수목적투자기구(SPIV)와 보증 등 EFSF를 확충하는 두 가지 방식에 관한 세부 방안을 마련해 12월에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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