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허름한 야구장 한켠 '마이너리티 군상들'

연극 '10번 타자'


야구는 여러 면에서 인생과 닮았다. 위기가 지나가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고, 한 순간의 방심으로 결과가 바뀌기도 한다. 꼴찌라고 해서 결코 패배자는 아니다. 가끔 놀라운 성공신화가 펼쳐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만년 꼴찌였던 템파베이 데블레이스는 올해 뉴욕 양키즈, 보스턴 레드삭스를 제치고 지구 1위에 오르며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여기 그늘진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청년백수 김철수, 이론에는 해박하지만 실력은 형편없는 고교야구선수 이만수,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야구장에서 나홀로 중계를 하는 이영희… 이들은 꼴찌팀 ‘디 아더스’의 몇 안 되는 팬들이다.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다더니 꼴찌팀 ‘디아더스’가 일을 냈다. 5회까지 10대 0으로 끌려가다 11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한다. 어둡고 답답한 자신의 처지가 ‘디아더스’와 별반 다를 바 없던 3명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이후 숨가쁜 시소 게임이 펼쳐지는데… 지난 7일 서울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막을 올린 연극 ‘10번 타자’는 야구를 소재로 우리 사회 마이너리티의 인생을 조망한 독특한 작품이다. 공연장은 마치 작은 야구장을 옮겨 놓은 듯 하다. 때가 꼬질꼬질한 스탠드와 전광판, 조명등은 물론 오징어, 생수 등을 파는 상인까지 등장한다. 배우들은 야구 구경을 온 듯 신나게 먹고 마셔댄다. 도시락, 김밥은 물론 옥수수, 자두, 무알코올 맥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 한 배우는 공연 도중 먹는 도시락으로 저녁을 대신하기도 한다. 치어리더들의 흥겨운 응원도 빠지지 않는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속도감, 박진감 등 야구에서 놓쳐선 안될 요소들이 잘 표현됐다. 메시지의 전달도 무리가 없다. 마치 소설가 박민규의 출세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연극으로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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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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