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4는 쌍방이 대치하고 있는 중심점에 해당하는 포석의 요처이다. 같은 의미에서 상변의 한가운데(화점 부근)도 역시 탐나는 자리였다. 이세돌은 우변을 둘까 상변을 둘까 한참 망설였다. 그는 6분만에 실전의 64를 선택했는데…. “좀 심한 것 같아요. 중앙의 백이 너무 허약해요.” 송태곤8단은 참고도1의 백1로 하나 보강하는 것이 정수 같다고 지적했다. 나중에 그 얘기를 전해들은 이세돌도 그것이 정수였다고 시인했다. “세돌이형. 혹시 장쉬의 흑65를 예측 못했던 것은 아니겠지?”(송태곤) “당연히 예측했지.”(이세돌) “그랬으면서도 손을 빼다니. 무모했던 것 아닐까.”(송태곤) “글쎄…. 하지만 내가 지키면 상대도 지켜 버리는 게 싫었어.”(이세돌) 이세돌은 자기가 참고도1의 백1로 지키면 흑도 2로 지키는 것이 싫었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감각이 이세돌의 특질인데 그것은 때때로 장점으로도 나타나고 단점으로도 나타난다. 11분의 숙고를 거쳐 장쉬는 흑65로 쳐들어갔다. 백68은 이세돌 특유의 버티기. 이 수로 참고도2의 백1에 몰면 흑은 4로 따내게 되는데 이것이면 백도 편하지만 흑은 더욱 편하다. 흑87까지 싸움이 일단락되었다. 백이 한껏 버티었으나 여전히 흑이 앞서 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