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향후 북핵 제거를 위해 엄격한 검사를 수반하는 협정을 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한국과 일본에 핵무기 개발을 허용, 북한의 핵무기를 상쇄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케이토 연구소의 테드 랠런 카펜터 방위 및 외교 정책 담당 부소장과 더그밴도우 연구원은 이달초 발간된 '한국의 수수께끼: 곤경에 처한 미국의 남북한 정책'이란 제목의 책자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핵 미해결시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처음으로,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미행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으로 보인다.
지난 77년 설립된 케이토 연구소는 초당파적 공공정책 연구기관으로 그간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주한 미군철수를 주장해왔으며, 조지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는 국내 정책은 지지하고 해외 정책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두 연구원은 이 책을 통해 북한이 핵기술을 파는 전세계적인 '월마트'가 되지않는 한 선제적 군사 조치는 한반도에 큰 재앙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북한이 과거 제네바 합의와는 반대되는 엄격한 검사를 포함한 새로운 협정에 동의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식시킬 의미있고 영구적인 협정 체결 전망이 낮은 만큼 차선책으로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상쇄시켜 동북아의 핵균형을 허용하는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북한을 봉쇄해야 하는 책임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게 부여된 가운데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보여온 오랜 불성실의 기록은 동아시아로 하여금 핵을 가진 독재국가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미국의 국익, 한국의 전략적 중요도, 한국군의 증대된 자위력, 남한내 반미 감정, 한미 동맹 주도권 문제 등을 검토할 때 "한국과 미국은 이제 이혼해야 할 시기이며 50여년간 지속돼온 한미상호 방위조약을 폐기하고 주한 미군도 철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미간 경제 문화적 유대는 가치있지만 중대한 것은 아니다" "남한이 북한의 위협을 저평가하고 전력을 강화하지 않거나 또는 북한이 오판하지 않는 한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등의 논거도 내세웠다.
두 사람은 특히 한반도의 지상 미군은 중국이 미국의 생존에 위협을 제기하지않고 있고, 중-대만 분쟁 발생시에도 필요한 것은 지상군이 아니라 해ㆍ공군 전력이라는 점을 들어 주한 미군의 전략적 무용론을 강조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미국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위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일본 주둔 미군도 철수해야 하지만, 향후 동북아 안정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군사력이 증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연구원은 내년 1월12일 워싱턴 시내에서 책 출간과 관련한 포럼을 가질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