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전투에 능한 콩지에

제5보 (35∼48)



전투의 요령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을 판별하는 일이다. 아무리 소문난 싸움꾼이라도 주변의 상황이 불리하면 싸움을 피한다. 바둑의 입지조건은 우군의 수효에 달려 있다. 우군이 많은 지역에서는 싸우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싸우지 않는 것이 바둑의 병법이다. 그 원리를 잘 아는 이세돌인데 이 바둑에서는 부지불각 속에 그만 싸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흑35와 백36은 절대 수순. 계속해서 흑37 역시 이것이 최선이다. 참고도1의 흑1로 젖히는 것은 만용이다. 백이 2, 4로 모양을 갖추고 나면 흑은 우변을 보강하는 수밖에 없는데 백에게 A의 젖힘을 허용하면 무조건 흑의 고전이다. 백38은 콩지에가 전투에도 능하다는 사실을 잘 말해 주는 수순이다. 만약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누른다면 흑은 2로 하나 받아두고서 백의 동태를 엿볼 것이다. 백은 3으로 보강하는 정도인데 그때 흑은 일단 4로 상변을 보강하고 기다리는 바둑이 될 것이다. 우변쪽의 흑 2점은 구태여 살릴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백이 실전보의 백38을 먼저 둔 상황에서는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흑이 우변쪽 돌을 살릴 이유가 생겼다. 그것을 움직이지 않으면 백의 모양이 입체적으로 부풀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백38은 흑이 싸우지 않을 수 없도록 교묘하게 유인한 수였던 것이다. 이세돌의 흑39는 기민한 활용. 지금은 백이 물러설 이유가 없으므로 백40에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흑39의 잽 한 방이 교묘하게 백의 운신을 위협하고 있다. 백44의 젖힘은 절대. 이곳을 젖혀놓지 않으면 흑이 40의 아래에 끊는 수단이 강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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