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나는 관광 가이드다"


얼마 전 공항 출국장 입구에서 며칠간 같이 지낸 관광 가이드와 헤어지기 섭섭해 눈물을 흘리는 외국 관광단체를 본 적이 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이별의 포옹을 하는 모습에서 "저 사람이 진짜 애국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관광산업에서 가이드라는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평가는 뜻밖에 형편없다. 무려 200개가 넘는 대학에 관광학과가 개설돼 있어도 가이드를 양성하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매년 3만명이 넘는 관광학과와 어문계열 졸업생은 청년실업으로 고통받지만 정작 가이드가 되려는 생각은 없다. 그나마 가이드 양성과 교육을 전담해오던 한국관광공사의 교육기능마저 뿔뿔이 흩어진 지 오래다. 한쪽에서는 가이드가 부족하다고 난리고, 한쪽에서는 가이드가 어떤 직업인지 알려주지도 않으며, 또 한쪽에선 취업하지 못해 난리다. 정부는 올해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 목표를 1,000만명으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5,000명의 가이드가 필요하지만 국내 현장에서 현재 일하는 가이드는 약 3,000명에 그친다. 특히 수직 상승하고 있는 중화권 관광객에 대비한 중국어 가이드 확보는 관광한국 브랜드와 직결돼 있으며 거대 시장인 중국 공략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다. 해결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첫째, 취업준비 학생들에게 가이드 직업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안내가 필요하다.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을 배워온 학생들에게 가이드라는 직업이 얼마나 보람 있으며 민간 외교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둘째, 가이드에 대해 자격, 교육, 해외 마케팅 활용까지 종합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가이드는 국가 이미지를 팔고 확대 재생산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이드 스스로 직업의식과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다. 그동안 일부 가이드에 의해 저질러진 강제 쇼핑, 팁 강요, 관광코스 임의변경 등 잘못된 구태를 철저히 자기반성해야 한다. 가이드는 손님의 시중을 드는 직업이 결코 아니다. 때로는 고고학자, 경찰관, 외교관, 한류 가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여행이 열냥이면 가이드는 아홉냥이다. 그게 가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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