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리인상 오판" 그린스펀 위상 흔들

월街 "유가예측 오판·성장세 과대평가"…"美경제 다시 둔화될수도" 비판 잇따라

경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으로 시장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월가와 시장전문가들은 지난 10일 단행된 FRB의 금리인상을 놓고 ‘FRB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미국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린스펀의 ‘입’을 절대적으로 믿었던 월가와 시장이 그의 ‘입’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FRB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FRB의 유가 전망부터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FRB는 유가가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고유가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간 지속될 악재’로 바라보고 있다. 보스턴 소재 디시젼 이코노믹스 소속의 애널리스트인 앨런 시나이는 “고유가가 머지않아 진정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FRB가 ‘용감하게’ 금리를 또다시 올리기로 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오히려 커지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 파장이 물가 전반에 깊이 자리잡게 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도 그린스펀 의장이 과거 미국의 경제버블을 과소평가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성장세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에도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며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보다는 일단 관망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성장률이 둔화되고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그린스펀이 금리인상카드를 꺼낸 것은 그동안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번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시 말해 그린스펀이 자신이 한 ‘말의 올가미’에 스스로 걸려들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필립 코건 증권부장도 11일 기명칼럼에서 “단기적으로 볼 때 FRB의 이번 금리인상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약세를 보이는 기술주 동향을 상기시키면서 “통상적으로 경기확장 국면에서는 기술주가 가장 먼저 혜택을 보지만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반대”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스코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체임버스도 11일 ‘하반기부터 시스코의 매출 신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암울한 실적 전망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들이 경기가 꺾이고 있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그린스펀이 경제에 대한 보여준 자신감과는 정반대되는 입장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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