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튼튼하고 순한 제주말 승마용으로 써볼까?

체구 작아 낙마해도 위험 적어…마사회서 매입 추진

제주 조랑말은 키가 작아 낙마를 해도 부상 위험이 적고 체질이 강하기 때문에 질병에 잘 안걸리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제주경마공원에 있는 어미말과 망아지. /제주=맹준호기자


제주말의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경주용, 식용 등 제한적 용도에서 승마용, 관상용으로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말은 제주에서 생산되는 말의 통칭으로 이는 다시 조랑말로 불리던 ‘제주말’과 서러브레드와의 교잡종인 ‘제주산 마’로 나뉜다. 현재 제주에서 사육되는 마필의 숫자는 모두 1만2,000여 마리. 이중 교잡종인 제주산마가 1만1,000두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제주마는 1,00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제주마는 지난 2000년에 150마리로 줄어 한 때 멸종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제주도와 축산농가의 노력으로 2005년 580마리, 올 6월 현재 1,000마리로 늘어나면서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축산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제주마 보다는 제주산마가 경제성이 높다. 교잡종은 성장속도가 빠르고 덩치가 큰데다, 모양이 예뻐 판로가 넓기 때문이다. 제주말은 한 때 쓰임새가 적어, 마차를 끄는 사역용이나 식용으로만 이용됐지만 KRA(한국마사회)가 제주에 경마장을 건설하고 조랑말경주를 시작하면서부터 수요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승마인구가 늘어나면서 승용마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주 조랑말 경마에서는 키가 132㎝가 넘는 말은 출전을 제한하고 있어, KRA는 기준을 초과하는 말은 승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준근 KRA승마교육원장은 “최근 들어 제주산마가 과잉 생산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축산 농가에 생산 자제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차원에서 승마용 마필 생산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저변에는 최근 승마가 생활 스포츠로 각광 받기 시작한 분위기도 일조했다. 이원장은 “그 동안 승용마는 경마장에서 퇴출 된 말이나 외국에서 수입한 말을 사용했는데, 국내에서 육성한 말을 사용하면 제주산마 보존과 축산 농가 지원이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조랑말은 키가 작아 낙마를 해도 부상 위험이 적고 체질이 강하기 때문에 질병에 잘 안걸리는 이점까지 있다”고 말했다. 승용마의 가격이 사역마나 식용마에 비해 비싼 것도 축산 농가에게는 매력적이다. 제주에서 거래되는 말의 가격은 혈통 보존을 위해 사육된 제주(조랑)말이 1,000만원선, 경마용 제주산마가 500만원, 승마용은 400만원선이다. 하지만 식용으로 팔리는 말은 250만원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양동우 제주마생산자 협회장은 이와 관련 “말을 두 살까지 키운다고 가정했을 때 생산 원가가 300만원인데 식용으로 팔면 오히려 50만원 손해를 본다”며“경마나 승용으로 팔 경우 훈련시키기 위한 인건비가 들긴하지만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RA는 제주산마를 20마리 정도 매입, 어린이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승마 교육용 마필로 활용할 계획이다. KRA관계자는 “제주산마의 승용마 활용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원당 목장이나 부산경마장, 제주도경마장까지 도입을 확대, 승마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강건한 체질…방목해도 잘자라 제주마는 천연기념물 347호로 성질이 온순하여 사람을 잘 따른다. 키가 작고 볼품은 없지만 강건한 체질에 지구력이 강하고, 성격이 침착하다. 또 화산암 지역에서 자라 다리가 강해 편자가 필요 없고, 마사(馬舍) 없이 외부에서 방목해도 잘 자란다. 어깨높이 113㎝, 몸길이 122㎝로 앞쪽이 낮고 뒤쪽이 높으며, 몸길이가 긴 독특한 체형으로 다른 말들보다 작다. 몸의 균형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잡혀 있으며, 얼굴이 넓다. 털 빛깔은 밤색과 붉은빛을 띤 갈색, 흰색 등이다. 기록에 따르면 1073년과 1258년에 탐라에서 고려에 제주마를 진상한 사실이 있으며, 1273년에 원나라가 탐라를 침공한 뒤 약 100년간 몽골 말이 유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마의 장점은 강한 체력인데 새끼 낳기 두 시간전 까지도 사람을 태우고 다닐 정도이며, 관리가 용이해 일반인도 기를 수 있다. 서러브레드나 외국말은 잘 놀라고 뒷발질을 하는 등 나쁜 습관을 가진 말이 많지만, 조랑말은 처음부터 승용마로 키우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고집이 세다는 주장도 있지만 축산 농가들이 제주마를 훈련시키는 체계적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뿐 일반 승용은 경마용과 달리 일반 농가에서도 충분히 길러낼 수 있다. 이준근 KRA승마교육원장은 이와 관련 “제주산말 보급을 활성화시키고 마필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제주산 말을 활용한 지구력 경기를 개최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 하다”며 “위험한 속도 경쟁 대신 말만 타고 먼거리를 다녀 오도록 규칙을 만들면 안전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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