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영식 한전사장 경질 배경] 정치권등 내외압력

정부가 장영식(張榮植) 한전사장을 전격 경질키로 결정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張사장의 「독주」에 대한 문책성의 성격이 짙으며, 거대공기업 민영화를 앞두고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정부는 張사장 취임 이후 한전의 조직과 인사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張사장이 확정되지 않은 정책을 미리 발표하는 등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것이 정부가 공모절차를 거쳐 선임한 공기업대표를 전격 경질키로 한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태영(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은 19일 오전 『張사장이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관련정책을 미리 발표하거나 개인의견을 지나치게 강조해 정책집행에 혼선을 불러왔다』며 張사장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실제로 張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한전이 평양 인근에 10만KW급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산자부는 평양발전소 건립은 장기추진과제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일 뿐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고 張사장의 언급을 즉각 부인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張사장은 또 지난 2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방안에 대해 『개인적으로 정부의 스케쥴에 찬성하지 않으며, 배전부문 민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다』고 밝혀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는 취임초부터 「전기분야는 내가 최고 권위자이며 정부도 결국 내 말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한 개성을 보여왔으며, 정치색 짙은 발언도 가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한전간부와 협력업체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겨냥해 『가만 놔두면 큰 일 낼 사람』이라는 등 도를 넘어서는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도 張사장은 조직장악에 적지않은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부급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으며 특히 이유형(李有珩) 감사와는 서로 대면을 거부할 정도로 사이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李감사는 민자당 중앙행정실장과 대외협력국장 등을 거쳐 지난 94년 한전 감사로 발탁됐으며 지난해 5월 한전사정 공모때 張사장과 함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밖에 사장취임 이후 임원급에 대한 잦은 인사를 단행, 정치권을 비롯한 안팎의 반발을 산 것도 경질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張사장은 정부의 경질 방침에 강력 반발, 청와대와의 직접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朴장관은 이미 金대통령의 내락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 직간접적인 관련이 확인되는 여권 관계자들은 張사장 경질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의 수습과정에서 16대총선 출마를 노리는 朴장관의 거취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張사장은 32년 광주출생으로 서울대공대와 뉴욕주립대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 정부 에너지대책위원회위원, 세계은행 자문위원을 지냈고 지난 92년 당시 김대중(金大中) 평민당총재의 경제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종석 기자 J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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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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