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살던 집'을 작가 작업실로 진화하는 문화예술 후원

평창동 화랑가와 주택가의 접점에 있는 키미아트는 주택을 개조해 전시공간과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전병국 하나대투증권 이사가 '프로젝트 808'을 결성해 자신의 평창동 자택을 화가들을 위한 작업실로 내놓았다. 사진작가 원성원의 작업실.

마중물재단의 박용선 이사장은 자신이 살던 평창동 주택을 비영리 전시공간 '디방'으로 꾸며 젊은 미술인들을 후원하고 있다. '디방'의 바깥 풍경.

15세기 이탈리아의 메디치가(家)는 예술을 위한 재정적 지원은 물론 재능 있는 작가를 집에 머무르게 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덕에 르네상스 미술은 꽃을 피웠다. 조선의 경우 18세기 안동 김씨 선비들이 나서 진경(眞景) 화풍이 뿌리내리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패트론(patronㆍ예술 후원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 전성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서는 ‘살던 집’을 작가의 작업실이나 전시공간으로 내주는 진화한 형태의 패트론 사례가 늘고 있다. 작품을 소장하는 컬렉터를 넘어 예술가와 교감하며 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평창동ㆍ논현동 등지의 고급 주택이 주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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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808’ 작업실 제공=전병국 하나대투증권 이사, 김태성 우리투자증권 부장, 치과병원장 홍소미 씨 등 미술 애호가들은 큐레이터ㆍ경매 전문가 등 미술계 인사와 의기투합해 올 2월 ‘프로젝트 808’이라는 예술 후원가 그룹을 결성했다. 미술계 교류의 장(場)을 모색하던 이들은 첫 사업으로 작가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레지던시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 이사가 지상 3층, 지하2층의 평창동 고급 주택을 내놓았다. 지난 달 그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방 한 칸을 제외한 집 전체는 사진작가 원성원, 설치작가 양아치, 화가 서상익의 작업실 및 AV룸과 작은 도서관으로 바뀌었다. 또 ‘프로젝트 808’은 성수동 아파트 한 채를 ‘아토마우스’로 유명한 화가 이동기에게 전용 작업실로 제공했다. 배우 심은하 씨는 남편 지상욱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주선으로 이들의 취지에 동참해 자신의 작업실로 쓰려던 논현동 빌라를 사진작가 김도균ㆍ장승효에게 내주었다. 작가들은 앞으로 2년간 무상으로 레지던시를 이용하게 된다. 전병국 이사는 “미술인, 비전문가가 두루 모이는 담론의 장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작가를 해외에 알릴 영문 도록을 제작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작가들을 도우면서 가까이에서 교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비영리 전시공간 ‘디방’=박용선 전 웅진코웨이 대표는 최근 자신이 살던 평창동 집을 ‘아트라운지 디방’이라는 비영리 전시장으로 개조해 일반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예술ㆍ스포츠ㆍ과학 인재를 지원하고자 ‘마중물재단’을 설립한 박 이사장은 “펌프질을 위해 부어주는 마중물처럼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문지방의 옛말인 ‘디방’으로 이름 붙인 이곳에서 예술가와 관람객이 자유롭게 교감하기를 바란다”는 취지를 밝혔다. 문형민ㆍ로와정ㆍ장민승ㆍ전가영 등 10명의 작품으로 개관전이 열렸는데 감상 틈틈이 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과 동네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관람료는 없으며 매년 4회 이상의 기획전과 공연ㆍ강연 등이 열릴 예정이다.

평창동 2층 가정집을 갤러리와 카페로 운영 중인 ‘키미아트’는 화가인 백미옥 관장이 신진작가 발굴에 앞장서는 공간이다. 개관 이래 5년간 1층 3개 전시장과 2층 카페갤러리를 거쳐간 작가만 200명이 넘는다. 이곳은 평창동이 내려다 보이는 2층 테라스, 소나무가 있는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전시중인 신동희 등 10여 작가의 ‘플라스틱 포엠’전은 9월2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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