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내년 경기 살리려면

새해는 정해년으로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해라고들 한다. 돼지는 다복을 뜻하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상서로운데 황금 돼지니 2007년은 그야말로 행운이 넘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해년은 붉은 돼지해로 불의 기운(丁)이 물의 기운(亥)을 누르는 형상이라 별로 좋을 게 없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내년 국내 경제 전망은 황금 돼지해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다. 새해 한국 경제는 올해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정부나 민간기관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정체돼 있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돼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데다가 세계 경기의 둔화와 원화강세 여파로 수출증가세마저도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내년 경제전망에 짙게 배어 있는 것이다. 새해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해준다. 무엇보다 이는 우리 경제가 2007년에도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뜻한다. 한국 경제는 지난 4년 동안 세계 평균이나 국내 잠재 성장률보다 낮은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4%대 초중반으로 수렴하고 있는 새해 성장률 전망치 역시 여전히 세계 평균이나 아시아 경쟁국의 성장률 그리고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저성장의 지속은 결국 2007년에도 고용부진 현상이 이어질 것임을 예측케 해준다. 내년에도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은 대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大5生’이나 십대도 장래 백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십장생’과 같은 취업난을 풍자하는 신조어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 양극화 현상 또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경제가 평균 4%대의 성장을 한다는 것은 경쟁력이 있는 부문은 4% 이상의 고성장을 하지만 이외 부문은 4%보다도 더 낮은 성장을 하게 됨을 뜻하기 때문이다.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해년 경제는 10년 전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난국에 또다시 봉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경제 위기설에 연중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대출, 그리고 단기 외채가 그동안 크게 누적돼 있는 현실 속에서 북핵과 같은 대외 충격 요인이 상존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선으로 인기 영합주의에 토대를 둔 일회성 아이디어 차원의 실효성 없는 정책이 남발돼 부동산 가격 등이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내고 불확실한 정치 사회 여건으로 경제 심리도 그 어느 때보다 위축될 것이 점쳐진다. 다가올 한국 경제에 대해 황금 돼지해가 주는 기대감과는 달리 예년보다 더한 걱정이 앞서는 데도 단기적으로 이를 해결할 뾰족한 거시 정책은 없을 듯싶다. 섣부른 금리인상은 부채 부담을 증가시키며 원화가치의 상승을 부추기고 재정 지출 증대 등을 통한 경기 부양책은 부동산 가격을 더욱 들썩이게 하는 거시 정책의 깊은 딜레마에 국내 경제는 빠져 있는 것이다. 새해 경제 정책이 정부가 주도하는 거시 정책이 아닌 산업 현장의 문제점을 해소해 국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는 미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의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인력의 수급 불일치와 같은 산업 현장의 애로 사항을 제거해 국내 경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중에 흘러 넘치는 유동성을 생산적 부문으로 흡수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는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인들의 공을 인정하고 투자를 유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내 경제의 기를 살려나가는 길 또한 2007년 한국 경제가 경제 위기감에서 벗어나는 첩경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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