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락가락 민영화·SOC(사설)

정부의 정책이 원칙없이 편의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은 찾아볼 수 없고 형평성 논란과 특혜시비가 일게 된다.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면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위한 민자유치 방안을 내놓았다. SOC 민자유치 방안의 내용은 SOC장기채권 발행, 현금채권 허용, 부동산매입에 대한 대출금지조치 해제, SOC사용료 세제지원 등이다. 물론 한시도 늦출 수 없을만큼 시급한 과제가 사회간접시설의 확충이다. 요즘 항만시설이 부족하고 노후해서 버리는 물류비용이 제조업체 매출액의 17%를 넘고 있다는 사실이 잘 설명해 준다. 물류비용이 선진국의 2배가 넘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SOC확충이 곧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인 것도 틀림없다. 따라서 여러 방법을 동원, 투자재원을 마련해서 시설확충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국가기간시설의 확충을 장기계획으로 꾸준히 재정으로 추진했어야 했음에도 그동안 손도 대지 않고 있다가 경쟁력 걸림돌로 떠오르자 뒤늦게 급히 서두르려다 보니 무리수를 자초한 것이다. 당초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마련된 재원으로 SOC에 투자하려 했다. 공기업민영화는 공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재원마련 등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가 있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공기업 민영화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무기한 보류하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민영화의 후퇴는 곧 정책의 일관성을 해쳤을 뿐더러 대선을 앞두고 특혜시비거리를 줄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특혜시비거리의 제공이나 다름없다. 현금차관은 정부가 통화관리와 물가자극을 우려해서 업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막아왔던 것이다. 그 원칙을 깨고 현금차관을 허용한 이상 제조업에도 똑같은 경쟁력 논리를 적용, 허용해야 마땅하다. 개방논리나 금리인하정책의 실효를 위해서도 현금차관을 규제할 명분은 약해졌다. 통화관리와 물가부담 완화 대책은 새로 개발해야 할 일이다. SOC장기채를 발행한다 해도 소화가 예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채권 매입자에 대한 자금출처조사 면제와 무기명 거래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실명제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뜻으로 평가되지만 바로 그 점이 소화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업시행자가 토지매입때 대출을 허용키로 함으로써 부동산 잠깨우기를 촉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이러한 방안이 새로운 처방이 아니고 그동안 부작용이 우려돼 시행을 못해왔던 것들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원칙을 깨는 일은 자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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