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TX경영진 "그룹 살려달라" 동반사퇴

자율협약 추진 배수진 불구<br>채권단, 추가지원에 부정적<br>STX팬오션 법정관리 대비 작업도

채권은행과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 중인 STX그룹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이 동반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STX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 측에 재무담당 경영진의 동반사퇴를 요구했고 STX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STX그룹은 이날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STX조선의 4,000억원 추가 지원 요청 설명회에서도 경영진 사퇴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TX그룹은 채권단에 그룹 부실화의 책임을 지고 최고재무담당자(CFO)를 맡고 있는 변용희 ㈜STX 대표이사와 이웅형 ㈜STX 부사장, STX조선해양 CFO인 김노식 부사장이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STX그룹 경영진의 동반사퇴는 STX조선해양 추가 지원 및 자율협약 추진을 위한 배수진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앞서 지난달 STX조선해양에 대한 예비 실사보고서를 받아든 채권은행단은 STX조선해양의 자구계획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STX그룹이 STX조선해양의 추가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경영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이날 오후 KDB산업은행에 모여 STX조선의 4,000억원 추가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융회사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실패해 차후 다시 모여 논의하기로 했다.


STX 측은 이 자리에서 "추가 자금지원이 없으면 선박을 만드는 공정이 지연돼 배를 제때 인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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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TX그룹의 경영진 일괄사퇴 카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채권단은 추가 자금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불과 한달 전 STX조선에 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추가 지원은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이 생산적으로 쓰인다면 생각해봐야겠지만 은행 실적에 부담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전망이 밝지 않다면 그만 발 빼자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STX조선 채권은행은 산은과 수출입은행ㆍ농협은행ㆍ한국정책금융공사ㆍ우리은행ㆍ외환은행ㆍ신한은행ㆍ무역보험공사 등 8곳이다.

각 채권은행은 은행별 내부논의 절차를 거쳐 지원 여부에 대한 확답을 산은에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채권단은 산업은행이 인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STX팬오션과 관련, 그룹 측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측은 STX에 팬오션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된 '장기용선계약'을 재조정해야만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요구했고 신용도 하락으로 협상력이 거의 없는 STX팬오션은 무리한 요구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장기용선계약은 운임이 비싼 호황기 때는 높은 가격의 용선 계약이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이후 업황 하락으로 운임이 하락하면서 회사의 부실을 키우고 있다.

STX팬오션은 올 1ㆍ4분기에 당기순손실 715억원,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369억원을 기록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STX팬오션 인수를 주저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장기용선의 부실 문제"라면서 "인수하더라도 이 부문이 개선되지 않으면 회사가 계속 자금난에 시달릴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TX그룹 측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룹 측이 한 법무법인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 법정관리에 대한 제반 검토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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