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천수답 자본시장 자생력을 키워라] <3> 파생상품시장 살리려면

부동산지수 활용 등 다양한 상품 개발해야

코스피200 선물·옵션 지나친 의존에 투기 양산

옵션 승수 5배 인상 규제에 거래 70% 급감까지

석유 등 현물시장 바탕 새 상품 나와야 재도약


사상 최악의 증시 침체 속에 한때 거래대금 기준 글로벌 1위에 자리했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파생상품시장이 쪼그라든 것은 금융당국이 투기거래 억제를 위해 옵션 승수를 1계약당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면서부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옵션 승수 인상이라는 규제 하나로 전체 파생상품 거래가 70% 이상 급감한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허약한 구조가 큰 문제라며 코스피200지수 선물·옵션만 거래되는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파생상품 전체 거래량은 8억2,066만4,621계약이다. 2012년(18억3,561만7,727계약)에 비해서는 55.29% 줄었고 2011년(39억2,795만6,668계약)에 비하면 79.10% 감소했다. 올해 7월 기준 파생상품 거래는 3억5,031만계약으로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거래량 기준 지난 2011년 세계 1위에서 올해 8위까지 내려왔다.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이 급감한 데는 2012년 금융위원회가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한과 코스피200옵션 거래 승수 5배 인상 등 규제책이 영향을 미쳤다. 2011년 36억7,166억계약에 달했던 코스피200옵션 거래량이 2012년 15억7,539계약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5억8,046만계약으로 줄었다. 2011년 전체 8,229만계약 수준이었던 코스피200선물 거래량도 지난해 4,414만계약으로 반토막났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한 선물·옵션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한 방'의 규제에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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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전체 파생상품시장 거래에서 코스피200지수선물·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74.90%다. 2011년에는 코스피200선물·옵션 거래량이 95.57%에 달했고 규제 이후인 2012년에는 88.78%, 지난해에는 76.11%였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지수 관련 선물 거래량이 전체의 21.9%인 것을 감안하면 코스피200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 일본은 지수 관련 파생상품이 전체 거래량의 94.1%지만 니케이225선물·옵션, 니케이225미니선물, 토픽스인덱스선물 등으로 다양화돼 있다.

권오상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은 "규제 이전에 한국의 파생상품시장은 거래량만 많고 1개의 지수 선물·옵션에 기대는 단순한 시장이라 투자보다는 투기시장에 가까웠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도 규제 이후 코스피200에서 나오는 선물과 옵션거래에 기대어 파생상품 거래 수수료만 챙기는 사업모델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코스피200선물·옵션처럼 외국인과 기관·개인까지 거래하는 다른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소가 추진하는 석유제품 선물시장처럼 현물(석유전자상거래 시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변동성지수선물(VIX)과 섹터지수선물 등 새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파생상품시장을 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선물이 거래되기 위해서는 현물시장 거래가 활발해야 한다. 변동성지수선물 등은 특정한 현물시장이 없어 활성화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지수'를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부동산지수선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부동산시장 현물거래가 활발한데다 지수선물이 있으면 미래 가격변화도 예측할 수 있다.

박태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2006년 부동산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선물을 상장해 거래되고 있다"며 "국내 시장도 공신력 있는 지수가 개발된다면 거래가 많은 아파트나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등의 실거래가를 산출해 아파트 가격동향과 거래 발견 기능, 아파트 가격하락 회피 등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구경우·박준석 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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