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북사업,"알려져봐야 득될 것 없다? "

현대그룹 鄭周永 명예회장 가족 일행이 북한의 金正日노동당 총비서를 만난 소식은 30일 한밤중에 현대그룹 베이징 사무소에서 서울 현대그룹 본사에 알려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통일부 등 관계당국에 "만났다"는 짤막한 소식만 전해주고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는 것이다. 면담 후 수 시간이 흘렀지만 언제, 어디에서 만났는지조차 관계당국 그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면담 사실여부에 대한 공식확인 요청에 북한 중앙방송이 31일 아침 6시 반께 보도를 통해 `확인'해 주지 않았느냐고 자조섞인 말로되묻기도 했다. 이에 앞서 30일 오전에 전해진 鄭 명예회장 일행의 귀경 연기 소식도 관계당국에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현대 관계자가 귀경 연기를 공식발표한 바로 그 시점에서도 당국은 기자단에게 판문점으로 출발할 것을 종용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鄭 명예회장 일행의 이번 방북은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에대한 방북 승인은 지난 24일 토요일 오후 늦게 떨어졌다. 정작 방북 승인 사실이 알려진 것은 불과 방북 하루 전인 26일이었다. "이미 가기로 된 마당에 승인날짜가 뭐그리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가기로 된 마당에 왜 그렇게 은밀하게 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88년 7.7선언 이후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기를 띠게 되면서 대북사업가들에게는 `금과옥조'처럼 전해지는 처세훈이 있다. 대북사업은 알려져 봐야 득될 것이하나도 없기 때문에 조용조용히 추진하라는 것이다. 고만고만한 대북교역 업체에서부터 덩치 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북한과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문화계·종교계 인사에 이르기까지, 또 정부당국까지도 대북사업에 관한 한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것이 이제는 관행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북사업은 정부에서 점차 민간 쪽으로 넘겨지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쉬쉬하는 관행'도 똑같이 전수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이번 방북에서 현대그룹측이 보인 안하무인격 태도에 관계당국이 불쾌해 하고 있다는 전언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인과응보'로 당연시하는 시각도 있다. 민간이 하든 당국이 하든, 대북사업은 남북 간 화해와 교류협력이라는 대의명분아래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떳떳이 공개적으로 추진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판문점 총격요청' 같은 `음모적 대북사업'들이나 비공개적으로, 은밀하게 추진돼야 할 성격의 것들이다. 훗날 "입을 열면 與든 野든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북측의 협박에 또 다시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북사업은 투명하고 당당하게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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