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격변의 시대를 사는 길 '인문학의 숲'에 있다

■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 정진홍 지음, 21세기북스 펴냄<br>불확실성 넘어 분명한 비전 위해선 통찰의 힘 필요<br>한 사건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인문경영'이 해법


세상은 변한다. 그런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져 이제는 어제와 오늘이 다른 세상이 돼버렸다. 정보도 항상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또한 그 생성 속도와 양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많아졌다. 당연한 결과일 수 있지만, 의사결정이란 이제 접근하기 힘들 만큼 큰 도전이 돼버렸다.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그 모양이 뒤바뀌는 변수들 때문이다. 결국 많은 리더들은 오리무중에 빠져버리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통찰의 힘'이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2005년부터 3년간 인문학 조찬특강인 '메디치21'을 이끌고 있는 저자는 이 시대를 위한 해법으로 '인문경영(人文經營)'을 제시했다. 그는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기둥을 붙잡으라고 말한다. '오리무중'의 늪을 헤쳐나가기 위한 통찰의 힘이 바로 인문학적 깊이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저자는 "혼돈의 감옥에 갇히지 않고 불확실성의 벽을 넘어 분명한 비전의 새 길로 나아가려면 통찰의 힘이 있어야 한다"며 "그것을 기르는 뿌리에서 올라오는 자양분의 밑동이 바로 인문학"이라고 강조한다. '인문경영'의 영역은 복잡한 시대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500여명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매달 바쁜 시간을 쪼개서 특강에 참석하는 것을 보면 리더들의 불확실성에 대한 체감온도가 그대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인문학의 통찰을 어떻게 삶과 비즈니스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가. 저자는 한 사건 혹은 주제에 대한 통합적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역사를 다루면서 동시대의 세계사를 살펴본다거나, 특정 주제를 다룰 때 관련 저자를 통째로 살펴본다거나 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이런 방법을 통해 책 한 권으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깊은 통찰을 끌어낸다. 책은 처음과 마지막을 역사의 교훈으로 장식했다. 중국 청나라 최고 전성기인 강희ㆍ옹정ㆍ건륭 3대 황제의 역사와 로마제국의 쇠망사를 통해 역사 속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전한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역사를 통해 흥할 때 쇠망을, 쇠할 때 흥륭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책의 3분의 1 정도는 심리학에서 지혜를 빌려왔다. 창의성ㆍ욕망ㆍ유혹 등의 주제를 연이어 읽음으로써 각 주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또한 섀클턴의 남극탐험 이야기와 마셜, 맥아더, 아이젠하워, 패튼 등 2차 세계대전의 영웅들의 이야기로 책 말미를 장식하고 있다. 이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삶의 끈끈하고 처절한 몸부림과 절규가 녹아난 것이 인문학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남극탐험이나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사람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줌으로써 지식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삶의 체험으로서의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곳곳에서 '인문학의 위기'라고 부르짖는 요즘, 인문학과 경영이 어떤 식으로 상호 보완하며 발전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삶의 중심에 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문제의 본질을 통찰해내는 인문학 자신의 소임을 잊지 않을 때, 인문학은 더 이상 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업체의 CEO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찰력 있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문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책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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