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유로존 재정위기의 전개방향


지난해 5월 국제통화기금(IMF)와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봉합될 듯 보였던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유로존을 넘어 이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스 이후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유로존 3ㆍ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위기설까지 부각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는 2라운드로 접어든 듯하다. EU의 운영구조상 재정정책은 개별국가의 소관이며 재정위기가 개별 회원국의 경제운영 미숙에 기인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단일 금리ㆍ환율을 사용하는 유로존의 특성 자체가 재정위기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유로화 사용은 환위험과 거래비용의 감소, 저금리 자금 조달이라는 혜택을 가져왔다. 개별책임론 vs 재정통합론 반면 유로존 국가들은 자국 통화 포기에 따른 통화주권 상실이라는 비용 또한 지불해야 했는데, 각국의 성장률과 산업경쟁력 차이가 커진 현 상황에서는 공동화폐를 사용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점차 커진 것이다. 앞으로 재정위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유럽통합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현 재정위기에 대한 대응은 크게 개별책임론과 재정통합론의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개별책임론은 재정위기의 원인이 개별국가에 있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유로화 사용으로 인한 저금리 혜택을 효과적인 방향으로 사용하지 못한 채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오늘날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위기국에 재정긴축을 요구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하자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채무 재조정시에는 우선적으로 민간채권자들이 손실을 입게 된다. 향후 이 손실은 재정위기국의 채권 발행조건에 반영돼 국채금리가 상승, 재정 운영에 대한 강력한 외압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채무 재조정 조치는 개별 회원국에 재정을 더 엄격하게 운영하도록 압박하는 한편 개별 회원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재정준칙 확립에 기여하는 셈이다. 구제금융에서 가장 많은 재정비용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독일에 의해 주장돼 왔다. 둘째, 재정통합을 보다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현재의 재정위기는 더 이상 개별국가의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재정위기의 일부 원인이 유로화 사용에 의한 것이므로 공동 재원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공동의 국채인 유로본드를 발행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유로본드를 발행할 경우 개별국가 차원의 협소한 국채시장을 확대시키고 국채금리를 낮춰 재원 조달에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유로본드 도입의 주된 논리이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재정건전국의 반대가 매우 강하고 재정통합에 따른 도덕적 해이, 현 EU 운영체제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제안이다. 현재로서는 제3의 방법으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채무재조정이냐, 통합 강화냐 지금까지 유럽통합의 역사를 살펴보면 10~15년 주기로 통합과 관련된 위기가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유럽통합의 제도적 틀을 컵으로 실제적인 통합의 결과물을 물로 본다면 컵이 작아서 물이 넘치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발생해온 셈이다. 이러한 위기 때마다 유럽 국가들은 작은 컵을 큰 컵으로 교체하는 다시 말해 통합을 한층 심화시키는 정책을 펼쳐왔다. 현재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통합이 더 가속화되는 방향(재정 통합론)으로 발전할지 통합이 축소되는 현상(개별 책임론)이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진해온 통화통합에 대한 점검 기회를 제공해줬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