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은 우리에게 다양한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카카오톡 등 무한 확장하고 있는 이 '거대한 방'에 발을 들여놓을 것인가를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이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인한 긴밀한 상호연결은 일상 생활을 넘어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전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공식 트윗을 리트윗(RTㆍ일종의 추천기능)한 경우는 각각 4,915건, 1만294건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는데, 실제 투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인텔 수석 부사장을 지낸 저자는 인터넷에 의한 상호연결 단계를 연결이전상태, 상호연결상태, 고도연결상태, 연결과잉상태로 구분하고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연결수단이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가 연결과잉상태로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연결과잉상태는 사회 각 주체들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주변 환경이 각각의 변화 속도에 대처하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을 빚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책들이 인터넷으로 인한 일상 생활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실리콘밸리의 변화를 체득한 저자는 금융과 사고(思考)의 전환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리고 금융국가 아이슬란드의 몰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스 국가 위기 등을 연결과잉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아이슬란드는 본래 어업 위주의 외딴 섬이었지만 인터넷이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금융업이 크게 성장했다. 은행들은 민영화 이후 국내 시장뿐 아니라 전 유럽을 대상으로 온라인 저축은행 영업을 펼쳐 나갔고 유입되는 자금은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덴마크 은행의 한 곳이 '아이슬란드의 대외채무가 국내총생산의 3배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발을 빼자 아이슬란드의 크로나화 가치가 폭락했고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몰락의 길로 빠져들고 말았다. 저자는 인터넷의 절대적인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 1929년의 대공황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한다. 1929년의 뉴욕 증시의 대폭락 당시에는 1억 2,000만 명 인구 가운데 겨우 150만여명이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부유층이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하락은 상대적으로 소수에게만 영향을 미쳤다. 반면 80년 후 인터넷이 새로운 형태의 금융활황을 이끄는 시대에 또다시 금융 위기가 찾아왔다. 저리 금융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광란을 조장했고 부동산 버블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했으며 소비자들은 끊임 없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자 수백만 명이 파산으로 내몰렸고 금융시장ㆍ서비스업ㆍ제조업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9년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금융 위기 상황을 설명하며 "(인터넷으로) 과도하게 연결된 은행 시스템이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최대 이슈인 그리스 사태에 대해서도 저자는 과도한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연결과잉상태에서 일부 투기꾼이 그리스에 대한 CDS를 구입하자 모두 비슷한 상품에 빠져들었고 빠르게 악화된 상황은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며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연결과잉의 문제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와 과세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회경제 시스템이 스스로 조절 기능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하고 ▦기존 시스템을 한층 튼튼하고 사고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며 ▦연결과잉상태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회ㆍ경제 기관이 새로운 환경에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만 6,500원.